17일 점심시간 서울 명동 거리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19의 3차 유행 충격으로 4분기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감소했다. 정부 지원금 덕에 총소득은 소폭 늘었다. 고소득층의 소득이 더 크게 늘면서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가구(전국 2인 이상)의 월평균 소득은 516만1천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8%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증가율(1.6%)보다는 소폭 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3차 유행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탓에 근로소득은 0.5% 감소했다.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자영업 경기가 부진해 사업소득도 5.1% 감소했다. 근로·사업소득 동반 감소는 지난해 2분기가 처음이었다가 3·4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가구당 월평균 공적이전소득은 41만7천원으로, 전년보다 22.7% 증가했다. 기초연금 인상 및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등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다. 결국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시장에서 번 돈(근로+사업소득)이 줄었지만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으로 소득 감소를 막은 것이다.
■ 코로나 고용충격에 저소득층 근로소득 급감
전 계층 소득이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4만원으로, 전년 대비 1.7% 올랐다. 2분위 소득(327만5천원)은 0.1% 올랐고, 3분위(462만8천원)와 4분위(623만1천원)는 각각 1.2%, 2%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소득(1002만6천원)은 2.7% 증가했다. 지난 3분기엔 1·2분위 가구 소득은 줄고 3~5분위 소득은 늘었지만 4분기엔 저소득층도 소득 증가로 전환한 것이다.
1분위는 근로소득(59만6천원)이 13.2%나 줄었다. 코로나19로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주로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근로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등 공적이전소득(54만3천원)이 17.1% 늘면서 전체 소득을 소폭 끌어올렸다.
5분위는 자영업 부진으로 사업소득(182만7천원)이 8.9% 감소했다. 고용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용직이나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취업자는 코로나19에도 소폭 늘어 근로소득(963만2천원)은 1.8% 늘었다.
전체적으로는 고소득층 소득이 저소득층보다 더 많이 늘어나 소득 격차는 벌어졌다. 5분위 소득이 1분위 소득의 몇배인지 보여주는 5분위 배율(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은 4.72배로, 전년(4.64배)보다 0.08배포인트 올랐다. 시장소득(근로·사업·재산·사적이전소득) 기준으로는 5분위 배율이 7.82배였으나, 정부의 각종 지원금으로 3.1배포인트 낮아졌다.
■ 옷 안 사고, 머리 안 자르고…소비 줄여 흑자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에서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417만5천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다. 비소비지출은 저금리에 이자비용이 줄고, 기부금이나 각종 회비 등 비영리단체로 이전지출이 감소해 전년 대비 0.3% 줄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천원으로, 전년 대비 0.1% 줄었다. 3분기 감소폭(-1.4%)보다는 줄어, 소비가 다소 회복한 모습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26만9천원이다.
소비지출 항목을 보면, 의류·신발이 9.2% 줄고, 오락·문화(-18.7%), 교육(-15.2%), 음식·숙박(-11.3%), 이미용 서비스(-17.7%) 등이 크게 줄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가 16.9% 늘었고, 가정용품·가사서비스도 15.6% 증가했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 소비성향은 69.6%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69.1%)보다는 0.5%포인트 올랐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