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가파른 증가…통신 등 대기업에 집중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12월 및 4분기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설비투자 증가율이 11개월 만에 두자릿수를 회복하고, 소비재 판매와 산업 생산도 10% 전후의 증가세를 보였다.
설비 투자는 특수산업용 기계 및 자동차 등의 투자가 늘어 전년 12월에 견줘 13.1%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월(16.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분기별로도 지난해 4분기 설비 투자 증가율(7.3%)은 2002년 4분기(13.8%) 이후 최고다. 지난해 12월 산업 생산도 전년 같은 달보다 11.3% 늘어 두달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 산업생산 증가율(10.6%)도 2004년 3분기(11.4%) 이후 가장 높았다.
내수경기를 반영하는 소비재 판매액도 지난해 12월 9.4% 늘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2003~200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소비는 지난해에는 1분기 1.2%, 2분기 3.2%, 3분기 3.8%, 4분기 6.5% 등으로 나타나 4분기부터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소비는 신차효과와 특별소비세 감면 환원조처로 승용차 판매가 29.1% 늘어나고, 추운 날씨로 의류·신발·스키용품 등 겨울용품 판매가 확대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선행지수도 5.5%로 전달보다 1.1%포인트 높아져 이러한 경기 회복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아직 경기 회복의 온기가 전부문으로 확산되기까진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크게 늘어난 설비 투자도 영상음향통신(231.1%), 기타 운송장비(87.3%) 등 대기업 위주의 반도체·통신·자동차 분야에 집중됐다. 고용효과가 큰 건설 부문에서 건설 수주액이 16.9%나 줄어든 것도 우려사항이다. 김광섭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설비투자 추계는 장비가 얼마나 생산됐는지 등을 보는 공급 측면이어서 실제 투자로 연결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도 반도체(47.9%), 영상음향통신(12.5%), 자동차(8.5%)를 제외하면 1.9% 증가에 그쳤다. 소비도 자동차 특별소비세 환원조처 종료(12월 말)가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대형할인점(12.1%), 무점포 판매(20.6%)의 높은 증가율에 견줘 재래시장·일반상가 등으로 구성되는 기타 소매점이 1.1% 늘어나는 데 머물러 양극화 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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