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3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대규모유통업의 거래유형 분석과 정책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매년 하반기에 열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할인 정도가 크지 않았던 배경에는 제조사에 돌아가는 이익이 적은 계약 방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표한 ‘대규모유통업의 거래유형 분석과 정책방향’ 보고서를 보면, 납품업체(제조사)와 유통업체 간 맺는 계약방식 가운데 ‘특약매입’ 형식일 경우 제조사의 매출 감소가 크고 불공정거래 행위도 빈번한 것으로 분석됐다.
납품업체와 유통업체간 계약방식은 크게 △유통업체가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고 재고까지 처리하는 ‘직매입’ △유통업체가 대신 팔아주고 판매수수료만 받는 ‘위수탁’ △유통업체가 판매장소를 대여해주는 ‘매장임대차’ △형식상 외상매입이지만 판매는 납품업체가 하고 유통업체는 판매수수료를 받는 ‘특약매입’으로 나뉜다.
직매입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주로 거래하는 방식이고, 위수탁은 텔레비전홈쇼핑이나 온라인쇼핑, 매장 임대차와 특약매입은 백화점·아웃렛에서 주로 거래된다.
이 연구위원이 실태조사 및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특약매입 거래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지면 납품업체의 주력상품 매출액이 1.7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수탁은 -1.39%, 매장임대차는 -0.8% 감소 효과가 있었다.
이런 결과는 납품업체와 유통업체 간 협상력 격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위원은 “납품업체가 거래하는 유통업체 수가 많아 협상력이 우위에 있는 경우는 직매입 비중이 높았다”면서 “반대로 특약매입에선 납품업자가 협상력 열위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협상력 격차는 특약매입에서 유통업자가 받는 수수료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이 거래액 천억원당 불공정행위 발생 건수를 분석해보니, 특약매입에서 4.2건으로 가장 많았고, 직매입 2.1건, 매장임대차 1.9건, 위수탁 1.2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개최한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홍보영상 갈무리.
그는 이번 연구가 정부 추진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제조사나 소비자 등 참여자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할인 폭이 작거나 체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고, 납품업체 입장에서 특약매입이나 위수탁 계약에 매여있기 때문에 행사 참여를 통해 매출이 향상돼도 실질적으로 영업이익은 없거나 작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면서 “문제의 본질은 시장 거래구조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정책 제언으로 “시장 상황에 밝은 사업자 단체가 납품대금 조정 협의권을 바탕으로 협상하는 환경을 조성해 협상력 격차를 완화해야 하고, 유통기업도 유통마진에 의존하는 성장전략에서 탈피해 매입역량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유통업계 전반에 직매입 비중이 뚜렷하게 확대되기 전까지는 할인율을 내세우기보다는 정부·지자체별로 산재한 쇼핑축제를 통합해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등 새로운 콘셉트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