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엘지(LG)에너지솔루션이 ‘코나 리콜’ 비용을 3대 7로 분담한다. 화재 책임을 놓고 공방전을 거듭하던 두 기업이 극적인 합의에 이른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최종적인 합의는 아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1조6410억원에서 1조2544억원으로 정정한다고 4일 밝혔다. 코나 일렉트릭 등 전기차 리콜과 관련된 품질비용 3866억원을 추가 반영했다. 미리 반영했던 품질비용(389억원)까지 더하면 총 4255억원이다. 엘지화학도 충당금 5550억원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추가 반영했다. 정정된 영업이익은 1186억원이다. 이번 리콜과 관련된 충당금의 총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와 엘지에너지솔루션이 합의한 분담 비율은 3대 7로 알려졌다. 총 비용은 약 1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계산대로라면 엘지에너지솔루션은 98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배터리셀의 마진을 빼면 실제 회계에 반영되는 비용은 이보다 적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합리적 수준의 충당금을 반영했다”고만 밝혔다.
표면적으로 이번 합의는 두 기업 모두 화재에 대한 자사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도 현대차와 엘지에너지솔루션은 화재 원인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앞서 현대차는 전기차 총 8만1701대를 전세계에서 리콜하기로 하면서 배터리셀 제조 불량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엘지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이 제작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 오류가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전기차 기술 경쟁력에 대한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 만큼 두 기업이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이목이 집중된 코나 일렉트릭 화재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일단 합의를 발표했지만, 뒤로는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엘지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향후 귀책 사유나 상세 분석에 따라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기업 간 합의와 별개로 국토교통부 조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분담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합의에 대해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현대차 입장에서는 아이오닉5 공식 출시 전에 이 문제를 털어내고 싶었을 것”이라며 “일단 합의하는 그림을 연출했지만, 실제 분담 비율은 나중에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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