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를 혼용해 논란이 예상된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서는 통합재정수지만으로 적자 규모를 밝힌 반면, 2024년까지 내다본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관리재정수지를 써서다.
5일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2일 발표한 추경에서 통합재정수지 변화만 제시하고 관리재정수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기재부가 국내에서 통용되는 관리재정수지를 통합관리재정수지와 나란히 써왔지만, 이를 바꾼 셈이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치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이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뺀 수치다. 그동안 기재부는 국민연금 등이 매년 대규모 흑자를 기록해 나라 살림의 착시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관리재정수지를 고안해 통합재정수지와 함께 써왔다.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은 추경 설명 브리핑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게 통합재정수지다. 이번에 통합재정수지를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4차 추경 기준)는 84조원 적자, 관리재정수지는 118조 6000억원 적자로 전망돼 30조원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관리재정수지만을 쓰고 있다. 최근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총량 효과 및 관리방안’을 보면, 관리재정수지만 반영돼 있다. 올해 126조원의 적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6.3% 규모이며, 2024년에는 127조5천억원의 적자로 국내총생산 대비 5.7% 규모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통합재정수지의 전망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 예산을 작성하는 부서와 재정운용계획을 담당하는 부서가 다르다. 재정운용계획 담당 부서에서 기존대로 작성해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재부가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3%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한 ‘재정준칙’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회 기재위 검토보고서에서 “재정준칙이 유연한 재정지출을 막아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국가채무비율만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데다, 여야도 근거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 반대하고 있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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