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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중소기업 현장에 부는 ESG 바람…신산업으로 그린뉴딜 이끈다

등록 2021-03-09 18:20수정 2021-03-10 02:37

그린뉴딜 현장 2곳
■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대영채비’
전기차 보급따라 급증할 폐배터리
주택용 전기차 충전 저장장치로 활용
“저렴한 가격에 한전 공급량 2배 가능”
■ 태양광 IT 업체 ‘해줌’
녹색건축물·위성영상 데이터 등 모아
도시건물 외벽 3D 햇빛지도 개발
음영 분석으로 태양광 발전 예측
전기차 충전기 업체 대영채비 김인창 연구소장이 지난 2일 대구 공장에서 전기차 충전기별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업체 대영채비 김인창 연구소장이 지난 2일 대구 공장에서 전기차 충전기별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산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에 방점을 둔 이에스지(ESG)경영이다. 정부가 그린뉴딜을 디지털뉴딜과 더불어 한국형 뉴딜의 두 축으로 밀고 있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변화의 바람은 중소기업 현장에도 일고 있다. 그린뉴딜의 최전선에서 기술력으로 신규 분야를 개척 중인 신생 중소기업 두 곳을 찾았다.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와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3차원 건물 그림자지도를 개발하는 업체가 그 주인공이다.

■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 사업 - 대영채비

지난 2일 찾은 대구 달성공단의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대영채비’ 공장의 분주한 모습은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막이 열리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전기차의 빠른 보급을 반영하듯, 공장은 조립 중인 다양한 형태의 충전기(완속, 급속, 초급속)들로 가득했다. 곳곳엔 납품을 기다리는 제품들이 쌓여 있었다. 전기차들이 연결돼 있는 시제품 충전기는 충전과 방전 테스트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전기차 새 모델을 위한 가정용 급속충전기, 현장 시범운용을 마치고 다음달부터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설치될 급속 충전기(74㎾/h)들도 눈길을 끌었다. 이 업체는 2016년 전기차 충전기 제조에 뛰어들어, 현재는 충전기 제조만이 아니라 관제·설치·관리·운영·결제 등 전기차 충전과 관련한 종합서비스 영역까지 진출했다.

대영채비가 지난해말 정부의 그린뉴딜 유망프로젝트로 선정돼 새로 뛰어든 분야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5년 이상 쓰면 최초 성능의 70% 이하로 떨어져 교체대상이 된다. 환경부와 자동차자원순환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폐배터리는 지난해 1000개 수준에서 2025년 1만개, 2040년이면 245만개(누적 기준)로 폭증할 전망이다. 최근 현대차 코나 사례처럼 대규모 리콜로 쏟아질 물량도 상당하다.

전기차 충전기 업체 대영채비 대구 공장에서 직원이 전기차 충전기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업체 대영채비 대구 공장에서 직원이 전기차 충전기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대영채비는 아파트 등 다가구주택에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년부터 신축 아파트 등은 총주차면적의 5%가량 전기차 충전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늘어나는 전기차 환경을 감당할 송·배전, 변전설비 확충은 한전과 아파트 주민 모두에 부담이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를 이용해 전기차 완속충전(17.6㎾/h) 설비 2개를 병렬연결하면, 한전 공급용량의 2배인 35.2㎾/h 충전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가 추진하는 사업계획의 뼈대다.

이 업체의 김인창 연구소장은 “전기차를 위해 한전이 아파트에 무한전원을 공급하기 어려운데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충전인프라를 설치하면 한전은 기존 전력공급시스템을 유지하고 아파트 단지는 절반의 변전설비로 2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새 에너지저장장치보다 수명이 짧지만 값이 절반으로 싸고, 내성도 강하다고 한다. 폐배터리는 재활용하지 않으면 분해 뒤 산업폐기물로 처리되는 만큼 환경적 기여도 크다.

해줌이 만들고 있는 3차원 건물 햇빛지도의 사례. 날짜, 시간대, 기상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건물의 햇빛과 그림자 상태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향후 제로에너지빌딩 시대에 활용될 건물벽 태양광 발전을 준비하고 있다. 해줌 제공.
해줌이 만들고 있는 3차원 건물 햇빛지도의 사례. 날짜, 시간대, 기상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건물의 햇빛과 그림자 상태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향후 제로에너지빌딩 시대에 활용될 건물벽 태양광 발전을 준비하고 있다. 해줌 제공.

■ 3D 햇빛지도의 무한한 가능성 - 해줌

국내 주택용 태양광 설치대여 1위 업체 ‘해줌’의 사무실은 언뜻 정보기술(IT) 업체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2012년 플랫폼 기반의 태양광 정보기술 사업으로 출발한 기업으로, 햇빛지도 제작과 서비스를 통해 태양광 발전에 효율성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60여명의 직원 중 절반이 정보기술과 연구개발 인력이다.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사무실을 찾았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권오현 해줌 대표는 2013년부터 지리정보시스템(GIS)과 통계처리를 활용한 햇빛지도를 만들어 무료제공했다. 주소만 입력하면 누적된 기상정보와 인접발전소 발전정보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 여부를 알려준다. 당시 태양광 시장은 신재생에너지발전 의무할당제(PRS)에 기대어 비용과 발전량을 부풀리는 영업관행으로 인해 피해가 적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 외려 햇빛지도 개발의 배경이 됐다.

해줌은 최근 건물 3차원 햇빛지도(3D 솔라맵) 개발 제안이 정부 그린뉴딜 지원사업에 선정돼, 스마트시티의 건물별 햇빛지도를 구축하는 중이다. 초기 태양광이 주로 임야에 설치돼 환경 훼손을 일으킨 데 반해, 요즘은 갈수록 건물 옥상, 주차장 등 유휴부지 위주로 설치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한 시도다.

3차원 햇빛지도 렌더링 이미지의 원본인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 상업건물. 해줌 제공.
3차원 햇빛지도 렌더링 이미지의 원본인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 상업건물. 해줌 제공.

권 대표는 “태양광 패널 값이 하락하면서 건물 벽면을 활용한 태양광 설치도 경제성이 확인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정책으로 앞으론 건물 벽면도 태양광 설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도시의 건물은 인근 건물의 그림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건물 벽면 3차원 음영 분석지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도시 전체의 건물 옥상을 대상으로 음영 분석을 시행한 사례는 있지만, 건물 벽면의 발전량을 계산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2013년부터 개방된 국토부의 녹색건축물 3차원 데이터와 천리안2호 위성영상을 활용하고 건물별로 드론을 띄워 상세한 음영지도를 만들고 있다.

건물별 그림자 지도의 쓸모는 다양하다. 아파트 베란다 등에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제공하는 지자체별 지원금이 체계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 그간 발전 경제성에 대한 객관적 지표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지원금이 쓰였다. 또한 겨울철 건물 그림자는 도로 결빙 상태와 직결되므로 사고를 막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해줌은 국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권 대표는 “3차원 건물 햇빛지도에 활용하는 천리안2호 구름영상 분석은 세계 최고의 위성영상이고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을 커버하는 만큼 이를 활용한 국외 진출도 고려 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글·사진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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