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월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2년 말 500조원을 넘어선 지 8년 2개월만에 2배로 불어났다. 보험·상호금융·카드사 등 전체 금융기관을 통틀은 가계부채는 지난해말 기준 1726조원에 달한다.
2월 은행 가계대출은 6조7천억원 늘어 1월(7조6천억원)보다는 증가규모가 축소됐다. 역대 2월 기준으로만 보면 지난해(9조3천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늘었다. 새학기 이사철을 맞아 주택관련대출이 6조4천억원 증가했다. 전월(5조원)보다 큰폭 늘었고, 2월끼리 비교하면 역시 두 번째로 증가폭이 컸다. 이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이 절반이 넘는 3조4천억원 늘어 5개월만에 가장 큰폭으로 증가했다. 신용대출 증가세는 다시 꺾였다.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은 증시 조정에 따른 주식투자자금 수요 둔화와 설 상여금 유입 등으로 3천억원 증가에 그쳤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따로 집계한 전 금융권의 2월 가계대출은 9조5천억원 증가해 전월(10조4천억원)보다 증가세가 다소 누그러졌다.
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돈(995조3천억원)도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2월 은행의 기업대출은 8조9천억원 늘어 전월(10조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2월만 놓고 보면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가장 큰폭으로 늘었다.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으로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8조4천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4조1천억원)이 절반에 가까웠다.
은행 수신은 38조3천억원 늘어 한달 만에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시입출식예금이 기업 결제성 자금과 지방자치단체교부금 유입으로 35조5천억원 늘었고 정기예금도 증가했다. 반면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재정집행을 위한 국고자금 회수로 소폭 감소로 전환됐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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