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감독원지부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인사에 항의하는 모습.
채용비리에 연루됐던 금융감독원 임직원 두 명이 지난달 승진한 것을 두고 연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사를 낸 금감원 쪽은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 노조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채용비리 범죄자에 면죄부를 부여했다’고 비난하고 있어서다. 채용비리 연루 직원의 업무 성과에 따른 승진은 어떻게 봐야 할까.
금감원은 두 사람을 승진 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이번에 승진한 채아무개 부국장은 지난 2014년 임영호 전 국회의원 자녀 부정 채용을 추진하던 상급자가 서류전형 기준 변경을 요청했을 때 이에 동의한 건으로 2017년 견책을, 김아무개 팀장은 2015∼2016년 응시자들의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응시자 평판을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작성하는 식으로 윗선의 채용비리를 도운 건으로 2018년 정직 처분을 받았다. 두 사람은 금감원 인사관리규정에 따라 각각 3개월과 1년 동안 승급·승호가 제한된 뒤 올 초 승진 후보자 3배수에 진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원장들로 구성된 인사윤리위원회를 열어 두 사람의 승진을 논의했으나 승진 제한 기간이 지났고 고과 점수도 높아 승진 대상에서 제외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승진 기준으로 삼는 고과 점수는 업무성과를 토대로 산출된다.
하지만 노조와 시민사회는 동료 평가 등 정성적 요소를 제외하고 고과만으로 채용비리를 저지른 직원을 승진시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사회의 신뢰를 훼손한 채용비리 사안에 고과평가만 적용하는 건 ‘온갖 불법·반칙 행위가 난무해도 성과만 내면 그만’이라는 불공정하고 구시대적인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금감원은 채용비리와 관련해 금융위 경영평가위원회로부터 2017년과 2018년 평가등급 ‘C’를 받아 임직원 성과급을 삭감했고, 지난 2019년부턴 전체의 43% 수준이었던 3급 이상 상위직 비율을 5년 안에 35%까지 축소해야 하는 등 엄격한 과제를 이행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채용비리로 인한 임직원 제재가 현재진행형인데 연루된 당사자는 제재가 끝났다며 승진하니 직원들 불만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의 채용비리 연루자는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대부분 조직을 떠난다. 하지만 금감원 사례처럼 검찰 기소 대상에서 빠져 징계만 받고 조직에 남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들의 요직 발령은 논란을 낳는다. 지난 2018년 경기평택항만공사도 ‘훈계’ 처분을 받은 채용비리 연루 직원을 감사팀장 자리에 앉혔다가 “문제가 있다”는 경기도의회 지적을 받고 이듬해 그를 다른 팀으로 보냈다. 직원이 징계가 아닌 내규에 따른 처분을 받았고 승진도 아니었기 때문에 규정상 문제가 없었지만 의회는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이 감사팀장 업무를 수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승진 제한 기간이 지난 채용비리 연루자의 인사는 어떻게 다뤄져야 할까. 이정연 서울대 교수(경영전문대학원)는 ‘구성원끼리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채용비리는 사회와 회사 모두에 큰 영향을 끼친 사안인데 단순히 규정에 정한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없던 일로 볼 수는 없다”며 “특히 조직의 리더로 승진한다는 건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이전보다 책임질 일도 많아진다는 뜻이어서 업무성과 뿐만 아니라 상·하향평가나 동료평가 등 총체적 관점에서 승진 대상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 인사의 경우 만약 채용비리 연루자들이 불가피하게 승진해야 했다면 회사가 구성원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구성원 의견을 듣는 소통창구를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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