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 지분을 현재 75%에서 25% 이하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인도중앙은행 승인을 받았다. 쌍용차 대주주가 바뀔 수 있는 법적 조건을 갖춘 것이다.
쌍용차는 11일 “인도중앙은행이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쌍용차 보유지분에 대한 감자를 승인했다는 공식문서를 접수했다”며 “자국 기업이 외국투자 지분을 매각할 때 25% 이상 감자를 불허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인도중앙은행이 예외적으로 승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다만 “(대주주의) 지분율 변동은 향후 투자협상을 포함해 회생절차가 종료되는 시점에 결정될 사항이므로 현 단계에서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도중앙은행의 결정으로 쌍용차가 진행 중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의 법적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 지난해부터 미국 자동차 유통기업 HAAH오토모티브와 매각 협상 중인 쌍용차는 HAAH가 2억5천만달러(약 2800억원)를 들여 쌍용차 지분 51%를 갖고, 기존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이 감자해 현재 74.7%에서 25% 이하로 지분율을 낮추는 방안을 사전회생계획안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HAAH의 지분율 51%와 소액주주 지분율 25.3%을 제외한 마힌드라그룹의 감자 후 지분율은 약 23%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마힌드라그룹 쪽은 국외 자본 감자를 25% 이상으로 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두는 자국 규정에 따라 인도중앙은행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쌍용차 회생의 결정적 변수인 HAAH의 투자 유치는 아직 불투명하다. 연 매출이 약 200억원 수준인 HAAH는 현재 유일한 잠재적 투자자지만 투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HAAH는 또 ‘미국 시장에 쌍용차를 팔겠다’는 원론적 사업계획만 밝힌 상태여서 부채비율 1627%인 쌍용차에 선뜻 자금을 빌려줄 금융기관을 찾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HAAH사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도 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산은 역시 구체적인 사업계획서 없인 신규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HAAH의 투자 의사가 확실해지지 않는 한 쌍용차의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 신청은 기약 없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피플랜은 채권자와 채무자가 사전계획안을 짜 신속하게 회생절차를 진행하기 위함인데 신규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이런 협상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HAAH사의 투자 결정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변수이고 쌍용차가 이를 조속히 받아내지 못하면 회생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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