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3기 새도시 예정지인 경기 광명·시흥 일대 땅 투기 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농협 특정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정부가 대출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번 사건은 은행권의 특정 지점에서 대규모 대출이 집단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졌기에 가능했다”며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은 그런 대출이 어떻게 가능했고 대출 과정상 불법·부당이나 소홀함, 맹점이나 보완점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기자회견을 통해 3기 새도시 땅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난 엘에이치 직원 13명 가운데 10여명이 북시흥농협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ㄱ씨 등 엘에이치 직원 4명은 2019년 6월 시흥시 과림동 밭 3996㎡를 15억1천만원에 사면서, 3명이 북시흥농협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때 설정된 채권최고액은 모두 11억4400만원이다. 같은 날 또 다른 직원 ㄴ씨는 바로 옆 지번인 밭 2739㎡를 북시흥농협에서 대출을 받아 10억3천만원에 샀다. 채권최고액은 7억8천만원으로 설정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들이 상호금융에 속하는 지역농협에서 대출을 받은 이유는 일반 은행들은 농지 실사의 어려움 등으로 농지 담보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결국 농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지역농협이 농지 투기에 동원된 셈이다.
농협중앙회는 이번 사태 이후 자체 점검 결과 대출 과정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대출 담당자는 2년마다 바뀌는데, 엘에이치 직원 10명이 3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해당 농협 지점에서 대출을 받았다”며 “이 때문에 대출 담당자들도 이들이 투기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대출을 받으려 했는지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행정기관에서 발급받은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등 대출 자격요건을 구비하면 대출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농지 취득 및 농지 담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엘에이치 직원 대출 과정을 조사하기 위한 후속 방안을 논의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외지인의 농지 취득 자격 강화 방안을 추진한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참석해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을 막기 위한 사전·사후 장치를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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