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원 떨어지면 이익 1140억원 감소”
삼성·엘지, 휴대전화-엘시디-반도체 순 타격
중기들 무방비상태…대기업 납품가 압력까지
삼성·엘지, 휴대전화-엘시디-반도체 순 타격
중기들 무방비상태…대기업 납품가 압력까지
수출 관련 대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환율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자동차·전자·조선·기계 등 수출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은 대부분 올해 원·달러 환율 세자릿수 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사업계획을 짰다. 환율하락을 전제로 매출과 이익목표를 세웠으며, 달러화 결제비중 축소와 환율 헤징 등 나름대로 대비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급전직하한 원·달러 환율은 이미 대비할 수 있는 선을 넘어버렸다. 일부 대기업들은 불과 한달여 만에 연간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지난 26일 비상경영관리체제 돌입을 선언한 현대·기아차그룹은 환율변동에 따른 단계별 대응시나리오를 다시 구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최근 정몽구 회장 주재로 열린 긴급사장단 회의에서, 연초 환율하락 속도로 봐서는 기준환율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들어 영업일수 기준 20일 만에 원-달러 환율이 45.2원(4.5%)이나 떨어져, 상반기에 1천원이 붕괴하고 하반기에 900원대 초반으로 진입한다는 예상이 이미 빗나갔다”며 “이 때문에 매출과 이익목표치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현대차의 매출과 이익이 각각 2천억원과 7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현대차 자체 계산으로는 환율 10원 하락에 따른 이익 감소폭이 1140억원에 이른다. 현대·기아차를 합치면 올해 연 평균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이익이 무려 2조원 줄어든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등 정보기술(IT) 관련 업체들은 휴대전화·엘시디·반도체의 차례로 환율하락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충격을 받는 품목은 휴대전화다. 영업이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고, 상대적으로 국제경쟁도 심해 환율 하락폭만큼 수출가격을 조정하기 어렵다. 또 부품 국산화율이 높아 환율하락을 상쇄할 수 있는 장치도 별로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엘시디도 거의 100% 국내 생산인데다 월드컵 거품 꺼지고 나면 일시적인 수요 감소까지 우려돼 환율하락의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그나마 삼성과 엘지는 수익성이 좋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중소기업들은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원가절감 노력으로는 환위험 관리에 한계가 있는 만큼 어떤 환율에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기업체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원자재가격 급등에다 환율하락까지 겹쳐 수익성이 뚝 떨어진 조선·기계 업체들도 환율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조선업에서는 현대중공업만 올해 건조하는 배에 대해서 100% 헤징을 해 둬 여유가 있을 뿐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등 나머지 업체들은 매출과 이익목표 수정, 이에 따른 추가적인 원가절감 노력이 불가피하다. 대기업보다 더 비상이 걸린 곳은 환율변동에 무방비 상태인 중소기업들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납품가 인하 압력까지 겹쳐 이중, 삼중고를 겪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박순빈 정남기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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