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산하 의결권 행사 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16일 회의를 열어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상정될 사외이사 연임과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찬성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전날 결정한 것과 같은 방향이다.
수탁위는 이날 회의 뒤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결정해 대외 공시한 사항을 수탁위에서 심의·결정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신뢰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주총 안건에 대해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기금운용본부의 결정 내용을 검토한 후 관련 지침 및 기준에 따라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고 판단해 이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탁위가 이런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위 일부 위원 간 마찰이 빚어지고 위원 2명이 사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수탁위원인 홍순탁 회계사(에셋인피플 대표)와 이상훈 변호사(서울시복지재단 공익법센터장)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방향을 재논의하자”는 주장을 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의 표시로 위원직을 사퇴했다. 홍 위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 오류에서 나온 중요한 제도 개선이 전문위원회의 안건 회부 요구권”이라며 “삼성물산 합병 사건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한 국민연금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퇴했다”고 밝혔다.
앞서 수탁위 일부 위원들이 삼성전자 안건을 수탁위에서 다뤄야 한다며 수탁위 상정을 요청한 데 대해 기금운용본부 쪽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논의를 끝낸 사안”이라며 맞서 충돌했다. 수탁위는 진통 끝에 ‘삼성전자 사외이사 연임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정식으로 채택해 논의를 벌인 끝에 “기금운용본부의 찬성 결정을 존중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삼성전자는 김종훈 사외이사(키스위모바일 회장)·박병국 사외이사(서울대 교수)의 재선임과 김선욱 사외이사(이화여대 전 총장)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 회사인 아이에스에스(ISS)는 반대 의견을 냈다. 3인의 사외이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 농단 관련 수사·재판 당시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감시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전자 주총 당일 주총장인 수원 컨벤션센터 3층 로비 근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외이사는 물론, 사내이사인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의 재선임에 대해서도 적격성을 꼼꼼히 따져 물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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