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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제단체 지도부 교체기 ‘내일 위한 초투쟁’을…

등록 2021-03-19 08:59수정 2021-03-19 09:02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0년 10월30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21년 2월1일 서울상공회의소 정기 회장단 회의에서 박용만 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이어 차기 회장으로 추대됐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0년 10월30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21년 2월1일 서울상공회의소 정기 회장단 회의에서 박용만 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이어 차기 회장으로 추대됐다. 연합뉴스

“대기업은 우리가 갖춘 사회질서의 진정한 상징이다. 제조 기업에서 사실상 우리 사회 전체를 떠받치는 구조를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젊은 망명자 피터 드러커가 1949년 미국의 한 매거진에 실은 글에서 한 얘기다. 2021년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창립(1961년) 60주년이다. 현대자동차(1967년), 대우실업(1967년), 포스코(1968년), 삼성전자(1969년) 등 당시 ‘젊은’ 기업들이 설립된 건 그 이후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다시 드러난 정치와 경제의 뿌리 깊은 유착으로 기업과 경제단체에 대한 대중사회의 불신과 반감이 커졌으나, 기업이 우리의 고용·소득은 물론 생활수준과 일상, 나아가 사유 방식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없다. 21세기 디지털·정보기술(IT) 시대에 기업이 삶을 장악하는 영역과 속도 모두 이전보다 훨씬 더 광범하고 빨라지고 있다.

2021년 2월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마다 일제히 회장·상근부회장 등 지도부가 교체됐다. 전기차·수소차·배터리·반도체·태양광, 택배 배달앱까지 ‘산업 급변 시대’를 맞아 경제단체 회원사인 개별 기업도 급속한 변화 도상에 들어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전환기를 통과하는 우리 시대 기업이 맞닥뜨린 특징은, ‘세상을 바꾸는 기술’과 디지털 인공지능(AI) 기계가 격동하면서 제품과 경영 양쪽에서 도전·혁신을 요구받는다는 점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이코노미스트> 기자가 함께 쓴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약 100년 전 ‘기업가’ 헨리 포드와 ‘경영자’ 알프레드 슬론의 대결을 짤막하게 제시한다.

1920년대에 포드가 컨베이어벨트 대량생산 공장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생산방식을 고안하고 자동차 제품을 혁신했다면, 제너럴모터스(GM) 슬론 회장은 ‘경영이 그 자체로 생산성을 높이는 원동력’이란 점을 발견했다. 개별 사업단위로 이익과 성과를 측정하고 책임지는 슬론의 ‘사업부제 경영’ 도입은, 14세기 복식부기 회계원리 발명에 이은 “20세기 자본주의 역사에서 이뤄진 가장 중요한 혁신” 중 하나였다고 올리버 윌리엄슨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는 평가했다.

혁신적인 제품 생산자로서 기업가와 효율적인 기업조직 운영자로서 경영자, 이 둘의 차이를 드러낸 셈인데 지금은 기업가와 경영자 면모를 모두 갖춘 다목적 경제인을 요청하는 시대다.

기업이 우리의 삶과 사회를 더욱 전면적으로 장악·지배하면서, 또 기업가에게 제품 혁신과 책임경영의 두 덕목이 함께 요청되면서 ‘기업’ 개념도 극적인 전환을 맞고 있다. 요컨대 기업의 역할과 목표는 ‘이윤 극대화’라는 단수에서 이제 환경·생태·사회적 책임 등 가치와 윤리 영역까지 포괄하는 복수로 설정되고 있다.

영업이익을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고 임금을 더 많이 배분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순수한 경제조직으로서 기업 관념은 교과서에만 있을 뿐이다.

앨빈 토플러는 이미 1980년에 펴낸 <제3의 물결>에서 “회사의 수익성을 측정·평가하는 재무회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기준 같은 비경제적 혹은 초경제적 목표의 달성까지 고려하는, 말하자면 ‘다목적 생산’에 나설 준비를 갖추고 있는 기업들의 분투와 경쟁을 우리는 예견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내일을 위한 초투쟁(super-struggle)’이다. 경제단체의 새 지도부와 개별 기업가들 모두 기업을 둘러싼 시대적 요청을 의식하고 초투쟁을 전개해야 할 때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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