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이다. 한국문화광광연구원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관광객이 전년보다 7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계의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주체들이 위기 상황에서 지갑을 닫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가 나타난 것이다.
22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국 가구(2인 이상)의 흑자율은 1분기 32.9%, 2분기 32.3%, 3분기 30.9%, 4분기 30.4로 모두 30%를 넘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흑자율이 30%를 넘어선 분기는 모두 다섯 차례인데, 2016년 4분기(30.3%) 한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에 발생했다.
흑자율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하고 남은 돈의 비중이다. 지난해 흑자율이 높은 이유는 코로나19로 경기가 불확실한데다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가계가 소비를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은 고소득층도 씀씀이를 크게 줄였다. 소득 상위 20% 계층은 지난해 1~4분기 흑자율은 42.7~46.6%로, 2019년 수준(39.8~41.5%)보다 올랐다. 이들 가구는 1~4분기 모두 처분가능소득이 전년보다 늘었지만 소비지출은 2분기를 제외한 1·3·4분기에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는 최근 ‘과거 경제위기와 코로나19 확산기의 소비지출 패턴비교' 보고서에서 “위기감이 고조될 때 소비주체들은 소비지출을 더 큰 폭으로 조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여력이 있는 계층에서 이런 반응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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