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 등의 개발 목적으로 차량에 장착한 카메라로 다양한 영상을 수집한다. 이런 이유를 들어 중국은 최근 테슬라 제조 차량의 군 시설 출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취했다. 테슬라 유튜브 캡처
국내 주요 보안시설이 출입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을 제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테슬라처럼 이런 영상을 수집하는 완성차 업체가 늘어날 전망인 만큼,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겨레> 취재 결과, 국방부는 현재 일반 블랙박스를 제외한 차량 카메라의 촬영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차량은 블랙박스 외에도 360도 시야를 제공하는 카메라 여러 대를 장착하고 있다. 운전을 돕는 용도로, 보통 ‘서라운드 뷰 카메라’라고 불린다. 국방부 관계자는 “부대에 출입하는 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는 끄거나 가린다”면서도 “서라운드 뷰 카메라는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공론화된 것이 없고, 정부 조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컨퍼런스(CVPR)에서 테슬라가 공개한 영상 데이터 중 일부. CVPR 유튜브 캡처
문제는 테슬라처럼 이런 영상을 본사로 전송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코리아 누리집에 게재된
이용 약관을 보면, 회사는 고객의 차량에서 영상을 수집할 수 있다고 알리고 있다. 회사가 나열한 수집 데이터는 “안전 관련 데이터 및 카메라 영상” “사고에 관한 짧은 동영상” 등이다. 이는 오토파일럿 용도로 장착된 카메라 8대에서 촬영한 영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전세계에서 이런 영상을 수집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 활용한다고 밝혀왔다. 최근 중국이 테슬라 차량의 군 시설 출입을
금지한 것도 부대 건물이나 초소의 위치 등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국내 주요 보안시설의 제한 조처는 제각각이다. 통합방위법상 국가중요시설 중 일부는 아예 블랙박스를 포함한 모든 차량 카메라의 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제철소가 대표적이다. 이들 제철소는 모두 최고 등급인 ‘가’급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서 드론 촬영을 하는 경우 국방부 허가를 받도록 한 것과 대비된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카메라는 운전자 안전과 직결돼 있어서 문제”라며 “우리가 자의적으로 촬영을 제한할 수는 없어서 국가적 차원의 지침이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민간 시설이 군보다 엄격한 보안 지침을 적용하고 있는 경우도 확인됐다.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는 외부 차량이 경내로 들어올 때 블랙박스뿐 아니라 모든 카메라의 촬영을 제한한다고 한다. 테슬라가 아닌 다른 제조사 차량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 업체들이 주행 데이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이외의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카메라를 통해 영상을 수집하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힌 바가 없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이동형 영상정보 처리기기에 대한 규정이 없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마련한 개정안에도 “정보주체와의 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이동형 영상정보 처리기기를 이용해 촬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앞으로도 별다른 제한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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