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팀’에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잇달아 선임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 들어 관료들의 약진이 뚜렷하다. 교체 가능성이 높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후임 역시 같은 부처 출신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청와대는 경제정책비서관에 이형일 기재부 차관보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후임으로 이호승 경제수석이, 30일에는 경제수석 후임으로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정책실장-경제수석-경제비서관으로 이어지는 청와대 경제정책라인이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기재부 관료로만 경제정책라인이 짜인 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일 뿐더러 과거 정부에서도 드물었다. 참여정부 막바지인 2006∼2007년 변양균 정책실장(기획예산처)과 윤대희 경제수석(재정부) 수석이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지난 4년간 장하성·김수현·김상조 등 대학교수 출신이 자리를 이어오다가 임기를 1년 여 앞두고 무게중심이 기재부 관료로 옮겨진 셈이다. 이호승 실장과 안일환 수석은 행정고시 32회 동기이며, 이형일 비서관은 네 기수 아래다. 모두 기재부에서 대부분의 공직 생활을 보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안일환 신임 경제수석 등의 임명 배경으로 “경제 분야 정무직 인사는 대내외로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정부 후반기 당면 현안과 경제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새로운 도약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남은 임기 동안 기재부 관료들을 중용해 안정감 있게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관심은 4월7일 재보궐 선거 이후 개각에서 교체가 예상되는 홍 부총리의 후임이 누가 될지에 쏠린다. 후임으로는 청와대 경제정책라인처럼 기재부 출신들이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경제정책라인과 보조를 맞춰 안정적인 경제정책을 집행하려면 기재부 출신이 적임일 것이란 예상에서다. 이에 따라 기재부 출신인 고형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후보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를 두고 기재부 안팎에서는 “정부의 인재풀이 좁아 ‘회전문 인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판과 “임기 막바지에 기존 경제정책 수행에 적합한 사람은 관료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함께 나온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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