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일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3기 새도시 부동산 거래 탈세 혐의자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3기 새도시 예정지역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있는 165명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 이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가장 문제가 되는 3기 새도시 지역의 불법 투기부터 뿌리 뽑기에 나섰다.
국세청은 1일 브리핑을 열어 “그동안 대규모 택지·산업단지의 거래내용을 분석해왔으며, 우선 3기 새도시 예정지구 6개 지역에서 탈세 혐의자 165명을 포착하고 1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광명 시흥에서 일정 금액 이상 토지거래를 한 대상자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토지 취득 과정에서 편법 증여 혐의가 있는 115명, 법인자금을 유출한 사주일가 등 30명, 기획부동산 등 법인 7곳, 부동산 중개업자 13명이다.
조사 선정 사례를 보면, 부동산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ㄱ씨는 과천 개발지구 땅 주인들한테 대토보상권을 고가에 불법 매입했다. 토지 수용 시 보상금 대신 토지를 받는 권리인 대토보상권은 전매가 법적으로 금지돼있다. ㄱ씨는 임직원의 친인척 명의로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고 위장업체와 허위 거래를 통해 법인자금을 탈루해, 이 돈으로 고가 부동산을 취득했다. 땅 주인들은 대토보상권을 개발업체에 보상액 대비 120%에 불법 전매한 뒤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ㄱ씨의 법인자금 유출 혐의 및 땅 주인들의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다. 새도시 개발지역인 하남 교산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ㄴ씨는 미성년 자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법인에 허위로 수십억원의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했다. 또 친인척 명의로 설립한 분양대행사에 분양대행 수수료를 과도하게 지급하는 수법으로 법인자금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하남 교산에서 부동산 개발 목적으로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한 ㄷ씨는 본인이 농사를 짓지 않는데도 허위로 자경한 것처럼 위장하고, 자신의 농업회사법인에 농지를 양도했다. 농지 소재지 거주자는 자경 요건을 갖춘 농지를 농업회사법인에 양도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감면받는다는 것을 악용해, 부당하게 양도소득세 수억원을 감면받았다. 또 농업회사법인 주식을 자녀가 주주로 있는 법인에 저가로 양도하는 등 편법으로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
ㄹ기획부동산 업체는 개발예정지역에서 임야·맹지 등을 헐값에 매입한 뒤 수십명이 지분을 나눈 뒤, 단기간에 취득가액의 3~4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매도하고 판매금액을 신고 누락해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 먼저 문제가 제기된 지역과 국토교통부가 확인한 지역을 위주로 조사하고, 앞으로 부동산탈세 신고센터 등에 접수된 자료까지 포함해 분석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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