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에 나타난 경제심리를 지수로 만든 ‘뉴스심리지수’(NSI, News Sentiment Index)가 오는 6일 첫 공개된다. 한국은행이 개발한 이 지수는 팩트는 빼고 해석만 반영한다는 점에서 국내 언론의 지형상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보다 오히려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컴퓨터가 기사에 내포된 감성을 파악해 산출한 뉴스심리지수를 6일부터 매주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시험공개한다고 1일 밝혔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지수를 산정한다. 포털의 경제분야 뉴스에서 문장 표본을 무작위로 추출해 각 문장에 나타난 감성을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통해 긍정, 부정, 중립으로 분류한다. 여기서 긍정과 부정 문장의 빈도를 토대로 뉴스심리지수를 산출한다. 이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긍정적인 문장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통계에 대해 관찰기간을 두는 시범통계 제도가 도입되면 통계청에 승인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뉴스심리지수 추이를 보면, 코로나가 본격 확산된 지난해 3월 일시적으로 70선대로 급락했지만 점차 회복해 5월에는 기준선인 100을 웃돌았다. 이어 8월에 130에 육박하다 코로나 2차 확산으로 재차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는 코스피가 3천선을 돌파한 1월 한때 140을 웃돈 뒤 현재는 120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주류 언론이 호황보다는 불황에 주목하는 등 ‘위기담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다. 이와 관련해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언론의 헤드라인(제목)만 보면 부정적이었지만 본문의 논조는 이와 다르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최근 조사 대상을 넓혀 약 50개 언론사의 기사를 포함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 1년간 뉴스심리지수를 시험분석한 결과 소비자심리지수(CCSI),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구간에서 뉴스심리지수의 수준이 높은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와 상관관계는 0.7, 기업경기실사지수와는 0.6 수준으로 나타났다. 월 단위로 공표되는 이들 지표보다 뉴스심리지수가 경제심리 변화를 신속히 파악해 정책 입안에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또 지수 추이는 실물지표인 선행종합지수(순환변동)와 실질 국내총생산(GDP·원계열)에 각각 1개월, 1분기 선행했다.
언론의 논조는 소비심리 등 국민의 경제인식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특히 ‘공황’, ‘추락’ 등과 같은 자극적인 보도가 잦아지면 심리적 위기감이 ‘자기실현적 기대’를 통해 실제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 한은의 뉴스심리지수가 팩트만 기술한 경우는 빼고 기자들의 주관적인 해석만 반영한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박양수 국장은 “언론의 의제설정기능이 독자나 민간주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민간의 심리가 왜곡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한 영향이 일관되게 나타날 경우 지수 흐름을 비교해서 보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뉴스를 토대로 만든 뉴스심리지수가 다시 뉴스가 돼 경제현실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뉴스심리지수의 기사화로 지수가 다시 영향을 받는 ‘피드백 현상’이 존재하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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