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1.5% 올랐다. 최근 1년2개월 중 가장 상승폭이 크다. 파가 네배 남짓 가격이 뛰어오르는 등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폭이 컸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상승했다. 지난해 1월(1.5%) 이후 오름폭이 가장 크다. 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0.1%), 11월(0.6%), 12월(0.5%), 올해 1월(0.6%)까지 4개월 연속 0%대를 이어갔다. 오름폭이 커진 건 지난 2월(1.1%)부터다.
농축수산물의 상승폭은 두자릿수에 이른다.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이 영향을 미쳤다. ‘파테크’(대파+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낳은 파는 같은 기간 305.8% 급등했다. 1994년 4월(821.4%) 이후 오름폭이 가장 크다. 사과(55.3%), 고춧가루(34.4%), 쌀(13.1%) 등도 크게 올랐다. 이외에 달걀(39.6%)과 국산쇠고기(11.5%), 돼지고기(7.1%) 등 축산물(10.2%) 상승률도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공업제품 물가는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휘발유(1.8%), 경유(0.7%), 자동차용 액화천연가스(LPG·2.8%) 등 석유류가 1.3% 오른 영향이 컸다. 반면 소파(-17.2%), 휴대전화기(-1.6%), 교과서(-100.0%), 남자학생복(-58.8%), 비데(-24.4%) 등은 하락했다. 도시가스(-10.3), 전기료(-2.1), 지역난방비(-2.6) 등 전기·수도·가스도 5% 하락했다. 서비스는 0.7%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대비 1% 올랐다. 지난해 12월(0.9%)부터 1월(0.9%), 2월(0.8%)로 0%대 상승률을 보이다 4개월 만에 1%대로 올랐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상승률로 전체 460개 품목 중 농산물과 석유류관련 품목을 제외한 407개 품목을 따진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가격이 작년 작황 부진의 영향과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여파 등으로 두 자릿수 상승했고, 개인서비스도 재료비와 운영비 인상 등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가격도 오르기 시작하면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4월 소비자물가도 기저효과로 오름세가 예상됐다. 기획재정부 김승태 물가정책과장은 “농축산물 수급여건, 국제원자재 흐름, 코로나19 전개 양상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지난해 낮은 물가상승률의 기저영향으로 일시적인 오름폭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과 5월 소비자물가는 각각 0.1%, -0.3% 였다.
이에 따라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열린 ‘제12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 겸 한국판뉴딜 점검 TF 겸 제8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올 2분기 물가 오름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선제적인 관리대응체제 가동을 통해 일시적 물가상승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농수산물 가격 조기 안정, 원자재 변동 리스크 대응 강화, 서비스·가공식품 업계와의 소통강화 및 지원 확대 등 분야별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정부 비축·방출 확대, 할인행사 등을 통해 주요 농축산물의 가격·수급 조기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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