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시장격변 ‘양날의 칼’
2일 협상개시 공식선언 예정
자동차·전자 상대적 안전…농업 큰타격 우려
성장률·수출·일자리 증가는 보탬 될듯
자동차·전자 상대적 안전…농업 큰타격 우려
성장률·수출·일자리 증가는 보탬 될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눈앞에 다가왔다. 정부는 2일 협정 공청회와 대외경제장관 회의를 잇달아 열고 협상 개시를 공식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이 협정에 대해 한쪽에선 수출 증대를 언급하며 장밋빛 전망을 앞세우고, 또다른 한편에선 국내 농업 황폐화와 양극화 심화 등을 이유로 체결 반대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체결 여부보다 오히려 협상을 어떻게 맺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게 찬반양론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협정이 체결되면 두 나라간 관세가 철폐 또는 축소돼 소비자로서는 그만큼 수입품 가격이 싸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공산품 수출도 늘어 전체 산업생산이 확대된다. 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소비자는 미국에 가지 않고도 미국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질높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관련 분야 일자리도 늘어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협정이 체결되면, 국내 성장률은 0.42~1.99%, 수출은 12.1~15.1% 늘고, 일자리도 10만4천곳 정도 늘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부)는 거꾸로 미국무역위원회(USITC) 전망을 토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4년 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무역위원회는 2001년에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21% 늘어나고, 미국의 대한국 수출은 54% 늘어난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이 협정은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지니고 있기에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얼마나 협상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농산물 관세조정 최대 화약고…금융·의료 등 규제완화도 난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공산품·농산물·서비스·투자 등 광대한 협상 분야와 쟁점들이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 내년 6월 말인 미국 무역촉진권한법(TPA·옛 신속협상권)의 만료 시한을 따져볼 때 내년 3월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남은 시간은 1년이 채 안 된다. 상품 분야=공산품과 농산물의 관세인하·철폐 수준과 함께 민감품목의 범위를 놓고 만만찮은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평균관세율은 우리가 8.6%인 반면, 미국은 3.1% 수준으로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통상 전문가들은 낮은 평균 관세율 뒤에 숨어있는 보호 품목들을 공략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예컨대 미국 자동차 산업의 평균 관세율은 2.5% 수준이지만, 승용차를 제외한 레저용 차에 대한 관세수준은 비교적 높다. 또 섬유 분야는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0%에 육박해 관세를 철폐할 때 중국·인도의 저가공세로 고전하는 우리 업계가 중고가 섬유류 수출에서 숨통을 틀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을 내주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의약·화장품·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등이 우리의 약한 고리다. 농산물은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미국은 일단 예외 없는 관세철폐를 협상 테이블에 들고나올 테지만, 우리는 쌀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도 한국이 20~40%에 이르는 높은 관세율로 보호하던 품목이라 협상 과정에서 큰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콩류, 과실류 등도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의 하나인 미국과 일전을 치러야 한다. 서비스·투자 분야=서비스 분야는 금융·통신·교육·의료·법률·회계·영화·방송 등 워낙 광범위한 분야에 걸쳤고,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분야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의 금융·보험 업계와 통신업계, 의약업계, 법률·회계업 등은 한국시장에 첨예한 이해를 갖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업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스크린쿼터 축소를 줄기차게 요구한 끝에 그 성과를 얻어냈다. 미국 금융·보험 업계는 우리의 외국 송금 제한을 풀도록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분야에서는 외국인 지분이 49%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세계 유수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대부분 미국계인 까닭에 우리 의료보험 체계와 관련된 신약의 약값 책정 방식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법률·회계 등 기업 컨설팅 시장을 노리는 미국 업계도 남은 빗장을 풀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제들은 대부분 국내법 개정이나 제도 변경과 연계돼 있다. 특히 교육·의료·기간산업 등은 공공성 문제로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들이다. 게다가 미국 쪽은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의제(DDA)의 서비스 협상 이상의 개방을 기대하고 있다. 대외경제연구원의 이준규 미주팀장은 “서비스 산업은 대부분 미국보다 뒤떨어져 있어 개방 파장이 클 수 있다”면서도 “산업구조 고도화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과 협상을 통해 산업 구조조정의 시한과 비용을 적절히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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