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태풍으로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한겨레 자료
기후변화에 따른 대규모 재해를 감당할 수 있을만큼 재해보험의 지급여력을 높이려면 의무가입과 ‘재해 채권’ 도입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한국은행 금융제도연구팀 정기영 과장과 박성우 조사역은 ‘재해보험과 기후변화 대응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영향으로 자연재해 발생이 잦아져 사회안전망인 재해보험의 건전성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국내 재해보험이 임의가입 방식이어서 가입률이 낮은데다 재해에 취약한 고위험군이 주로 가입해 보험의 위험분산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무가입 방식으로 바꿔 우선 고위험군에 대해 적용한 뒤 중·저위험군의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 프랑스 등은 역선택으로 인한 시장실패를 방지하고 효과적인 위험분산을 위해 의무가입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 재해보험이 과거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경험료율 체계)해 실질적인 재해위험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정수준에 못미치는 보험료로 재해보험의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이나 일본처럼 미래의 재해발생 가능성을 함께 반영하는 ‘재해위험 지도’를 구축해 보험료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에 대비할 ‘대재해 채권’(CAT Bond) 도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미국과 터키는 대규모 재해로 지급여력이 바닥날 경우 이러한 채권을 발행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고서는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해 대재해 채권을 발행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민간보험사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특수목적기구 설립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완화하는 등 요건과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재정부담 완화를 위한 국가재보험 전담기관 설립 방안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풍수해보험에 대한 국가재보험의 경우 정부의 비용부담은 무한대인 반면 수익은 공유하지 못해 거대 재해가 발생하면 재정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손실과 수익을 공유하는 국가재보험 전담기관을 설립해 지급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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