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쟁’ 당사자인 엘지(LG)화학과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11일 전격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 주가 흐름 면에서는 두 회사 모두 적지 않은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케이 쪽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의 결정 이후 양쪽 다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약간 올랐다.
양사의 합의 직전 거래일인 지난 9일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전날보다 2.26% 떨어진 23만8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 무역위원회가 지난 2월10일(현지시각) 에스케이 쪽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며 엘지에너지솔루션(엘지화학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12월 독립, 비상장사) 쪽의 손을 들어준 결정을 내리기 직전인 2월10일 마감치인 29만6500원에 견줘 19.73% 떨어진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100.58에서 3131.88로 1.01% 올랐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엘지화학은 2월10일 96만원에서 15일 3.13% 오른 99만원을 기록한 뒤 등락하다가 이달 9일 전날보다 0.25% 오른 81만2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2월10일에 견줘 15.42% 하락했다. 에스케이 쪽보다는 하락 폭이 작지만 코스피지수에 견줘 두드러진 약세 흐름이었다. 미 무역위원회가 지난 1일(현지시각) 영업비밀 침해와 달리 특허 침해 관련 결정에선 거꾸로 에스케이 쪽 손을 들어준 직후 주가 흐름에서도 큰 차이는 없었다. 2일 엘지화학은 전날보다 1.10% 오른 82만8천원에 마감했고,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24만1500원으로 보합세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4월 엘지화학이 미 무역위원회·연방법원에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제기한 뒤 2년 동안 이어진 양쪽 분쟁으로 수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소송 비용 등 경제적 손실을 본 부작용이 주가에 반영된 셈이다. 두 거대 당사자의 싸움이 한국 배터리 산업 전체의 추락 우려로 이어졌던 점도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으로선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 사업 중단을 모면한 대신 2조원의 배상금을 엘지 쪽에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돼 주가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한화투자증권 전우제 연구원은 최근 에스케이이노베이션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경쟁사와의 소송 및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진출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이라며 “배터리 밸류(가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주가에는 업사이드(상승)만 남아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상상인증권의 이종원 연구원은 “배터리 부문의 주가 흐름이 단기적으로는 (영업비밀이나 특허 침해 같은) 이벤트에 영향을 받겠지만, 중장기 흐름은 후발 완성차 업체들의 추가적인 배터리 채용 기조 변화 및 생산설비 이전 이슈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2차전지 생태계 내 가치사슬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최종 배터리셀 업체에 대한 중단기 투자심리는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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