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금조달이 역대 최대로 늘면서 시중 통화량 증가 규모가 두달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고쳐썼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통화·유동성’ 자료를 보면, 넓은 의미의 통화량(M2) 평균잔액은 한달 새 41조8천억원(1.3%) 늘어 3274조4천억원에 달했다. 통화량 증가액은 2001년 12월 통계작성 이후 가장 큰폭이다. 앞서 1월에도 통화량 증가폭은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2월 통화량은 1년 전과 비교하면 10.7% 늘어 2009년 3월(11.1%)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엠(M)2에는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에도 2년미만 정기 예적금·수익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금리 인하와 금융지원책으로 민간부문에 공급된 유동성의 상당부분이 금융기관에 현금이나 단기 금융상품 형태로 머물고 있는 것이다.
현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으로만 구성된 좁은 의미의 통화량(M1)은 한달 전보다 1.7% 늘었다. 1년 전보다는 26% 늘어 증가세가 다시 가팔라졌다. 현금화가 즉시 가능해 단기유동자금 성격인 엠(M)1의 증가율은 지난해 10월에 27.8%로 정점을 찍고 이후 석달 동안 하락세를 보였으나 2월에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이에 따라 통화량 가운데 단기유동자금의 비율(M1/M2)은 36.8%로 높아졌다. 이 비율은 2019년 11월(31.2%) 이후 16개월 연속 상승해오고 있다. 대출 등을 통해 늘어난 통화량 중 3분의 1을 훨씬 넘는 돈이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등 실물경제로 스며들지 않고 기대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엿보고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을 자극할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는 셈이다. 과거 통계를 보면 이 비율이 높아질 때 주가도 상승했다.
통화량을 경제주체별로 보면 기업에서 역대 최대인 31조5천억원이 늘었다. 회사채 발행과 정책금융기관의 대출지원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가계(비영리단체 포함)도 주택담보대출이 늘면서 통화량이 9조4천억원 증가했다. 보험·증권사 등 기타 금융기관도 6조6천억원 늘었다. 금융상품별로는 요구불예금(11조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9조2천억원) 등 단기자금이 큰폭으로 늘었다. 머니마켓펀드(MMF)도 기업자금 중심으로 6조3천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과잉 유동성 해소 여부는 결국 실물경제 회복에 달려있다고 본다. 김한진 케이티비(KT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산업생산 증가 등 경제가 회복되면 유동성 공급이 점차 둔화하고 금리상승에 따라 단기유동자금 비율도 낮아진다”며 “올해 상반기를 전후해 초과 유동성이 정점을 찍고 하향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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