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가전 전시회 ‘CES 2020’에 참여한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업 엔엑스피(NXP) 부스의 전시물.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등을 생산하는 울산1공장은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휴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세단 모델 그렌저와 소나타를 만드는 아산공장도 12~13일 이틀간 문을 닫았다. 한 개당 겨우 1~2달러 수준인 차량용 반도체 칩(MCU·마이크로컨트롤유닛)을 구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엠시유는 차량 전장시스템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엠시유를 포함한 차량용 반도체는 최근 몇 달 간 주요 생산업체들이 자연재해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 세계적인 수급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텍사스주의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 공급이 끓기면서 이 지역에 자리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1·2위 기업인 엔엑스피(NXP)와 인피니언의 생산공장이 멈췄다. 지난달 19일에는 3위 기업인 일본 르네사스의 공장이 화재로 발생해 일부 장비가 손상돼 현재까지 복구 중이다. 그 결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역시 완성차업계다. 지난 2월 공장 가동을 중단해 이달 10일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었던 미국 캔자스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은 다음달 10일까지 휴업을 연장했다.
문제는 한 차례 생산이 중단된 반도체 공장을 재가동하려면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이다. 초정밀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반도체는 생산라인의 적정 온도와 습도 등이 최적화된 상태가 중요하기 때문에 1년 내내 24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된다. 이 때문에 최근 피해를 입은 반도체 공장들이 사고 이전 수준으로 생산력을 회복하는 데 최소 2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산업 규모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98%를 국외에 의존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익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자동차 한 대당 들어가는 반도체의 총 단가는 400~600달러(차량가격 대비 2~3%) 수준이다. 국내 반도체 생산업체 입장에선 기술이 없어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수익을 고려해 안 만들었던 셈이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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