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가 빠르게 개선되더라도 고용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18일 낸 ‘주요국 고용상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선진국 경기는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용회복은 업종·규모별 회복 격차와 생산방식의 변화로 종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감소한 취업자 수의 72%가 몰려있는 서비스업과 노동투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영세업체의 업황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한은은 주요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본격화할 경우 정부의 고용지원이 축소되면서 지원 대상자 일부가 실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중장기적으로는 영세업체의 위축과 대형기업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고용개선이 제약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이동제한과 업황 악화로 폐업하거나 휴업중인 영세업체가 급증했다. 미국 식당의 경우 17%가 장기휴업하거나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노동투입 비중이 낮은 대형기업의 시장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재택근무와 자동화, 온라인소비 확산으로 실직자가 직장 복귀나 신규 구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용 충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미국 기업 직원들의 재택근무 일수 비중은 2019년 5.5%에서 올해 2월 기준 25.3%로 높아졌고 앞으로도 14.6%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운수, 사무실 관리지원, 인근 식당의 일자리 등이 줄어들었다. 또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기업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노동력 절감을 위한 자동화 투자를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노동시장에서 구인·구직간 불일치(미스매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실직자는 대면서비스업종의 단순직 종사자가 많은 반면 구인은 제조업과 비대면서비스 전문직을 중심으로 늘기 때문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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