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ㄱ그룹의 사주는 아버지(창업주)에게 매년 15억∼25억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더욱이 아버지는 퇴직 직전 급여를 크게 높여 수백억원의 퇴직금을 받기도 했다. 또 그룹 내 협력사의 대주주인 자녀들에게는 모기업으로부터 헐값에 인력과 기술을 제공받아 간접적으로 이익을 몰아줬다. 국세청은 사주 일가에 대한 고액 급여·퇴직금 과다 지급 및 계열사의 부당 지원 혐의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2. 사주 일가가 100% 지배하는 ㄴ사는 기업 상표권(CI)을 다른 계열사인 ㄷ사로부터 무상 이전받았다. 수백억원을 들여 상표권을 출원하고 광고를 집행했는데도 대가 없이 건넸다. 이후 ㄴ사는 다른 계열사로부터 고액의 상품권 사용료를 받았고, 사주 일가의 고액 연봉에 밑바탕이 됐다. 국세청은 상품권 사용료 부당 수취는 물론 고액 급여·배당 역시 부당하게 받은 혐의로 조사 중이다.
#3. ㄹ건설사의 사주는 아파트 신축사업을 하기 직전에 ㅁ시행사의 주식을 초등학생 손자에게 물려줬다. 이후 ㅁ사는 ㄹ사의 아파트 신축사업을 진행하며 막대한 이익을 달성했다. 손자의 주식 가치는 크게 뛰었다. 이에 국세청은 증여세와 법인세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편법으로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독식하거나 부를 대물림한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27일 밝혔다. 국세청은 조사 배경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자·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기업 이익을 이들이 독식하거나 본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부가 대물림됐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사주 일가와 일반 임원의 보수 격차가 2016년 1.2배에서 2018년 1.5배로 늘었다. 또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수입도 2018년 60개, 1조3184억원에서 이듬해에는 73개 1조4189억원으로 늘었다. 국세청은 일부 사주는 방만 경영을 하면서 이익을 사유화하고, 고액 급여나 상품권 사용료 등을 통해 부당하게 기업 이익을 독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 30명은 2019년 9조3812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고, 1인당 급여는 약 13억원으로 노동자 평균 급여(3744만원)보다 35배에 달했다. 이들의 재산 상당액은 기업성장을 저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부당하게 축적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15명이 기업의 이익을 독식한 경우였다. 이들은 경영성과와 상관없이 과도하게 많은 급여를 받거나 퇴직 이후에도 과도한 고문료를 받았다. 또 회사가 개발한 상표권이나 특허권을 자신들의 명의로 등록해 고액의 사용료를 편취한 경우도 있었다. 국세청은 동종 업계, 다른 임직원과 수준, 영업이익 비중 등을 감안해 부당 급여 여부를 판단한다.
가격이 뛸 가능성이 큰 땅을 시가의 절반에 자녀나 자녀 지배회사에 양도해 부를 편법 증여하는 등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불공정한 부동산 거래로 부를 부당하게 이전한 경우도 11명이었다. 또 임직원 명의 회사와의 거래로 위장해 기업자금을 빼돌린 뒤 최고급 아파트와 슈퍼카를 사는 등 기업자금 유용도 4명이었다.
국세청 윤창복 조사1과장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사익 편취, 편법과 특혜를 통한 부의 대물림과 같은 변칙·특권 탈세에 대해 조사 역량을 최대한 집중할 예정”이라며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의 조작,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엄정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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