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거시정책 방향을 바꿀지를 두고 정부의 고심이 깊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 성장률이 1.6%로 시장의 예상치를 웃돈데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대비)이 2.3%까지 오르면서다. 지표만 놓고 본다면 회복세는 빠르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는 온전한 회복이 이뤄질 때까지는 기존 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상회한 데는 ‘기저효과’ 요인이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며 “2분기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2%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지만, 연간 기준으로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나오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일단 선을 그은 셈이다.
실제로 정부는 당분간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전히 경제 회복이 온전히 이뤄졌다고 할 수 없어 거시정책의 ‘정상화’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백신 접종이 확산되고 내수와 소비가 되살아난 뒤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억원 차관관도 이날 회의에서 “기차의 제일 마지막 칸까지 완전히 터널을 빠져나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해 모두 함께 질주할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는 말로, 기존 정책을 유지할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정부의 이런 판단 배경엔 4월 들어 수출이 지난해 같은달보다 41.1% 증가하는 등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 소비나 고용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상황에 이르지 못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올 1분기 민간 소비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의 95%에 수준에 그쳤고, 3월 고용 상황 역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취업자가 31만4천명이 늘었으나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업 등에서는 여전히 취업자가 줄어든 상태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물가가 일시적으로 2%를 넘었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주요 원인이어서 아직 금리 인상 등 정상화를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며 “거시 지표도 경기 회복을 논하기는 이른 측면이 있어 오히려 정상화를 서두르다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한국과 관련한 보고서를 내어 “국가채무가 낮은 상태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맞이한 상황을 고려하면, 경기부양책은 향후 몇 년 동안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건 우려를 낳는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내수와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아직도 부진한 상황이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저금리로 자산 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효과가 있어 통화 정책 조절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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