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오른쪽)과 천소라 연구위원이 ‘최근 유가 상승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 보고서에 대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설명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올해 유가 상승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각각 최대 0.7%포인트와 0.8%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최근 유가 상승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 보고서를 펴내, 올해 국제유가 상승이 경제성장률은 0.4∼0.7%포인트, 물가상승률은 0.5∼0.8%포인트 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5달러와 70달러로 저유가와 고유가 상황을 가정해 추정한 결과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유가 상승이 경제성장이나 물가상승률을 모두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제유가 반등으로 석유류, 전기료 등 생활필수품목에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 상승 압력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2분기 유가가 낮았다가 이후 조금씩 오른 상황을 고려하면, 올 2분기는 강한 물가 상승 압력이 있지만 이후 기저효과가 해소되면 물가 상승 압력도 줄어들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회복이 내수와 민간 소비 분야에서는 완전히 이뤄졌다고 할 수 없어 확장적 재정정책 등 기존 거시경제 정책은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3.1%, 물가상승률은 0.7%로 내다본 바 있다. 당시 국제유가 기준은 배럴당 40달러대였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4월 넷째주 평균 배럴당 63.6달러로 뛰는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 전망치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최근 유가 상승만 따지면 0.5%포인트 이상 더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정규철 실장은 “유가 상승 외에도 경제에 미치는 요인이 많아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다음주 올해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또 유가가 오를 경우 전체 경제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생산비용을 전가하는 정도에 따라 경제주체별로 다르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평균 42.25달러에서 올해 60달러로 42.7% 상승하고 기업의 생산비용 부담이 비석유제품 가격에까지 전이될 경우 가계는 전체 부담의 56.5%를 떠안을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분 18조7천억원 가운데, 가계가 10조5천억원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에 따른 실질 구매력의 감소는 국내 경제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되며 경기 부진이 발생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추가로 급등하는 경우,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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