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전경.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소장파 진보 경제학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제안하는 심포지엄을 연다.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의 제자들이 중심이 된 진보·개혁적 경제학자들 모임인 ‘학현학파’의 10명 내외 학자들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 설계과정에 핵심적 구실을 한 선배 진보학자들을 비판하는 성격이어서 시선을 끈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서사연·이사장 강철규)와 한국경제발전학회(회장 김진일)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경제, 현재를 묻고 미래를 답한다’를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특히, 제2세션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발표가 관심을 끈다. 류덕현(중앙대)·박민수(성균관대)·우석진(명지대)·원승연(명지대)·허석균(중앙대) 등 교수 5명의 이름으로 발표하는데, 이들을 포함한 10명 내외 학자들이 몇 달간 진행해온 공동작업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80년대 중후반 학번들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은 학자들이다.
발제 요약문을 보면, 이들은 경제정책 실패 원인으로 세 가지를 지목하고 있다. 첫째는 불평등·불공정을 개선해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양적 경제성장의 성과를 강조하는 성장정책의 담론에 얽매였다는 점이다. 이는 소득주도성장 담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5년 임기 내에 성과를 실현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시장의 작동원리를 무시하고 과거 개발 시대에나 유효했던 시장을 거스르는 조처를 남발했다는 점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부동산 규제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정치적 고려가 지배하는 인기영합적 정책을 일관성 없이 추진한 점이다. 이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가덕도 신공항 건설, 타다 불허 등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다.
공동작업에 참여한 한 학자는 “진보는 사회구조를 바꾸는 것인데 현 정부는 분배만 얘기하고 노동개혁이나 교육개혁 등 시스템 개혁은 하지 않았다”며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 즉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해 예상치 못한 결과가 쌓이도록 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학자는 “현 정부가 애초 공약대로 불평등·불공정 문제 해결을 위해 개혁작업을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산층의 회복과 미래세대를 위한 공정성 확보에 목표를 두고 경제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함으로써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한 불평등과 불공정을 개선하고, 이를 기초로 대전환 시기에 접어든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 토양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복지제도를 재설계해 중산층을 위한 육아·보육 및 주거복지를 대폭 확대하고, 미래세대가 평등하게 실효성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개편을 병행해야 하며, 여기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재정 효율화 개혁과 과세기반의 확대 필요성을 제기한다.
패널토론자로는 현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했던 홍장표 부경대 교수(전 청와대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가 참석할 예정이어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또한 여당의 유력 대권 주자들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각각 경제자문을 하는 이한주 경기연구원장과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도 토론자로 참석해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한편, 제1세션에서는 주병기 교수(서울대)와 강창희 교수(중앙대)가 각각 ‘기후위기와 지속가능 자본주의’ ‘4차 산업혁명시대의 평생 능력개발과 대학’을 주제로 발표한다. 김정호 교수(아주대)와 홍석철 교수(서울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주제로 발제할 예정이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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