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효과를 걷어내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저소득 가구의 소득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7.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을 할 수 있는 30~54살 저소득층 소득 감소의 주된 원인은 실직이었다.
한국은행은 10일 내놓은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이슈노트에서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로 코로나19 이후 가구소득 불평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2~4분기 가구소득을 분석했는데, 순수한 코로나19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재난지원금 같은 정부의 사회수혜금과 가구 간 생활비 이전은 제외했다.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7.1% 줄어 2분위(-5.6%), 3분위(-3.3%)보다 감소율이 훨씬 컸다. 중산층 이상으로 볼 수 있는 상위 20~40%인 4분위와 5분위 소득은 각각 2.7%, 1.5% 줄었다. 이로 인해 전체 가구 소득 수준을 1~100등으로 나열했을 때, 끝에서 10등과 중간(50등)의 소득 격차는 5.9배를 나타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2~4분기에는 이 격차가 5.1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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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위 소득 감소에는 고용 충격이 36.2% 영향을 줬다. 핵심노동연령층(30~54살)으로 쪼개 보면 고용 충격의 영향이 절반 수준(46.3%)까지 상승한다.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이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일자리가 유지된 저소득층도 대면 서비스업 종사 가구, 유자녀·여성가구에서는 소득 충격이 나타났다. 1분위에서 대면 접촉도가 높은 일자리 종사자 가구의 소득은 방역 조치 등의 영향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1% 감소했다. 이 중 대면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유자녀 가구의 소득은 23.1% 줄었다.
코로나19는 남성보다 여성, 미혼보다 기혼 노동자의 일자리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역 조치로 대면 서비스업 등 여성 고용 비중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많이 감소했으며, 학교 및 어린이집이 폐쇄되면서 남성보다 육아 부담이 큰 기혼 여성의 노동 공급에 제약이 생기고 있어서다.
한은은 “자영업의 경우 폐업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고용 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여성과 유자녀 가구는 고용과 소득 충격에 모두 취약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가구 소득 불평등 확대 현상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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