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K-반도체 전략’을 13일 내놓았다. 연구·개발에는 최대 50%, 시설투자에는 최대 20%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다. 1조원 남짓의 ‘반도체 등 시설투자 특별자금’도 신설하고, 경기도 용인·평택 등 반도체 단지의 10년치 용수를 확보하는 내용도 여기에 담았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삼성전자 평택 공장에서 반도체 전략을 발표한 자리에서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고,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엄중한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전략을 만들었다”며 “세제 지원, 기반 시설 지원 등을 통해 ‘반도체 하기 좋은 국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세제지원 방안으로 정부는 현행 두 단계로 돼 있는 세액 공제 체계에서 ‘핵심 전략 기술’(가칭) 항목을 새로 만들어 대·중견기업 연구개발 비용에는 30~40%, 중소기업에는 40~50%의 세금 공제를 해 주기로 했다. 시설투자 비용에 대해서도 공제율을 조정·신설해 기업 규모에 따라 투자비의 10~20%까지 법인세에서 깎아준다.
정부는 세계 최대·최첨단 공급망인 ‘K-반도체 벨트’ 조성 방안도 아울러 밝혔다. 판교와 기흥~화성~평택~온양의 서쪽, 이천~청주의 동쪽이 용인에서 연결돼 ‘K자형' 모양을 띠는 지대에 반도체 생산 증설, 소재·부품·장비 및 패키징 시설을 집중 포진시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등 기업들은 올해 41조8천억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1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화학물질, 고압가스, 온실가스, 전파응용설비 등 반도체 제조 시설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도 이날 발표한 전략에 담아 화학물질 취급 시설 인허가 소요기간을 50% 단축하고 수입용기 검사 면제 및 방호벽 설치기준을 완화해주는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용인과 평택 등의 10년치 반도체 용수 물량을 확보해주고, ‘핵심전략 기술’ 관련 반도체 제조 시설의 전력 인프라(기반시설) 구축 때는 한국전력과 함께 최대 50% 범위 안에서 비용을 공동 분담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폐수 처리 재활용을 위한 연구·개발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의 강력한 요청 사항이었던 전문 인력 양성과 관련 정부는 대학 정원 확대, 학사~석·박사, 실무교육 등 전주기 지원을 통해 내년부터 10년 동안 반도체 산업 인력을 3만6천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대학 내 학과 정원 조정, 부전공·복수 전공 활성화를 통해 반도체 정원을 150명 확대하기로 했다. 또 석·박사급 우수 연구인력 육성을 위한 산·학 연계형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확대해 10년 동안 전문인력 7000명을 배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설계, 공정 관련 실습 인프라 확대를 통해 재직자,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반도체 전문실무 교육을 제공해 실무 인력 1만3400명을 키워내기로 했다.
문승욱 장관은 “K-반도체 전략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면 수출은 2020년 992억달러에서 2030년 2천억달러로 증가하고, 고용 인원은 18만2천명(2019년 기준) 수준에서 27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전략 발표 자리에는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 에스케이(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 너패스 정칠희 회장,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 등 민간기업 관련자들도 참석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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