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월 물가 4.2% 급등 쇼크
‘인플레 온다’ vs ‘일시적’ 논쟁 가열
에너지·식료품부터 원자재까지
중앙은행이 뿌린 돈에 물가 상승
코로나 경기회복 따른 ‘기저효과’
연준 “불확실성 커 결과 보고 행동”
‘인플레 온다’ vs ‘일시적’ 논쟁 가열
에너지·식료품부터 원자재까지
중앙은행이 뿌린 돈에 물가 상승
코로나 경기회복 따른 ‘기저효과’
연준 “불확실성 커 결과 보고 행동”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인플레이션 왔다는 근거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가격 급등을 이야기한다.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전년 대비 에너지 가격은 25.1%, 식료품 값은 2.4%, 중고차 가격은 21% 각각 훌쩍 뛰었다. 일상 생활에 밀접한 상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그동안 물가 하락에 기여했던 국제 교역 등의 공급망이 코로나19로 구조가 바뀌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도 나타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 위기는 중앙은행이 공급한 통화량의 상당 부분이 가계 및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재정 정책도 직접적으로 가계에 전달돼 살아난 소비 심리에 쓸 수 있는 돈을 보충해주고 있다. 하반기부터 실업수당 등이 줄면서 미국의 고용 시장이 개선되면 실업률 감소가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는 필립스곡선 이론도 계속 언급되는 부분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합뉴스
■ 아직 위험 단계아니라는 반박 반면 똑같은 부분을 다르게 평가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전반적이고, 지속적으로 올라야 한다. 물가를 크게 끌어 올린 중고차 가격 상승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신차 생산 차질과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원인이다. 비행기표, 호텔 등 감염 우려로 위축됐던 서비스 물가가 올라간 것은 의미있는 변화이지만, 이 역시 자세히 보면 부진 때 시행된 요금 할인이 경제 활동 재개에 정상화된 측면이 있다. 4월 물가 상승은 코로나19 발생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나타난 저물가(0.3%)에 대한 기저효과도 있다. 코로나19는 과거 전쟁처럼 유휴생산 능력이 파괴되거나 사라지는 위기는 아닌 까닭에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 또한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 이같은 현상들이 최소 2분기(4~6월)까지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없어진다면 인플레이션은 오기 힘들다. 현재 물가를 흔드는 요인들의 지속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인플레이션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날 “강한 일시적 물가 상승 요인들이 기조적 인플레이션으로 얼마나 연결될 것인가가 관건이다”고 평가했다. 고용 개선과 물가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다. 미국의 완전고용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또 완전고용이 와도 곧바로 물가 상승을 압박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의 고용시장 과열이 4년 넘게 지속됐지만, 핵심 인플레이션은 2%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_______
■ 최소 2분기까지 논쟁 가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위기에 발생한 다양한 변수들이 널뛰면서 올해 2분기까지는 인플레이션 논쟁이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리고 물가 상승의 지속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시장과 연준의 줄다리기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 클라리다 미 연준 부의장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지만,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일시적이라고 보는 연준의 입장을 점점 더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인플레이션 논쟁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도 4월 소비자물가가 2.3% 오르면서 시장의 걱정을 불러왔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연준처럼 기저 효과와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 등 일시적인 요인을 먼저 확인하는 모양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코로나19는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준 위기라 물가에 영향을 주는 여러 부분들에 대해 사람마다 해석과 판단이 다른 것 같다”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연준도 미래 전망이 아닌 결과를 보고 움직이겠다고 말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플레이션 발생 여부와 별개로 기대 물가 상승세도 중요한 부분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믿으면 임금 협상, 가격 설정 및 투자 결정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최종적으로 실제 물가에 영향을 준다. 이에 대해서도 기대 물가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과 중앙은행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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