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국내 1000대 상장사의 매출 규모가 20조원 가까이 감소하며 2017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 전문 기관인 한국시엑스오(CXO)연구소가 17일 내놓은 ‘2020년 국내 1000대 기업 매출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상장사 2500여곳 중 상위 1000곳(금융업·지주사 포함)의 매출은 1489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1508조원에 견줘 19조원(1.3%) 줄어든 수준이며 2017년(1492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여기서 매출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적힌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1000대 기업 중 매출 1조원 이상은 204곳으로 전년보다 5곳 줄었다. 2016년 184곳, 2017년 187곳, 2018년 199곳, 2019년 209곳으로 늘다가 작년 코로나19 사태 탓에 감소세로 반전됐다. ‘매출 1조원 클럽’에 들었다가 지난해 탈락한 곳은 쌍용씨앤이, 신세계건설, 대웅제약, 이수화학, 남양유업 등이다. 1조 클럽에 새로 입성한 곳은 한섬, 셀트리온, 실리콘웍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었다.
매출 10조원 이상 기업은 30곳으로 전년보다 2곳 줄었다. 대한항공, 현대건설, 에스케이(SK)네트웍스 세 곳이 10조 클럽에서 탈락했고, 삼성증권이 새로 10조원대 매출 기업군에 합류했다. 매출 10조 클럽 숫자는 2017년 37곳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뒤 점차 줄어드는 흐름이다.
1000대 기업 중 매출 증가율 1위 회사는 코넥스 상장사인 도부마스크로 파악됐다. 이 회사 매출은 2019년 34억원에서 2020년 1240억원(883위)로 3475% 늘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서 마스크 매출 급증이 회사 성장세를 이끌었다. 코로나 진단 키트로 잘 알려진 씨젠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재작년 971억원에서 작년 1조685억원으로 999.8% 늘며 매출 197위에 올랐다.
연구소는 “작년 코로나 정국에서 업종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며 “크게 보면 금융(Financial), 바이오(Bio), 정보기술(IT) 업체 등 ‘F·B·I’ 업종 기업들의 실적이 대체로 상승세를 탔고, 석유·화학(Chemical), 철강(Iron), 항공(Air)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C·I·A’ 업종은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정리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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