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은 2013년부터 의무적으로 보수를 공개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추가적인 법 개정에 따라 2018년부터는 5억원 이상을 받는 미등기 임원과 직원이 회사 내 보수 순위 5위 이내인 경우도 급여 내역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 재벌 총수를 비롯한 고위직 미등기 임원의 급여 실태도 드러나게 된 실마리다.
19일 기업분석 전문 기관인 한국시엑스오(CXO)연구소(소장 오일선) 집계 결과를 보면, 국내 경영자 중 지난해 보수를 가장 많이 받은 이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두 곳에서 받은 급여는 567억5천만원이었다. 이 중 527억3천만원은 퇴직금 명목이다. 효성 조석래 명예회장이 퇴직금 251억1천만원을 포함해 281억2천만원의 급여를 받아 그 뒤를 이었다.
정기급여와 성과급만 놓고 볼 땐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이사의 급여가 가장 많았다. 김 대표는 작년 한 해 184억1천만원 상당의 보수를 받았다. 정기적으로 받는 급여 22억원 가량에 성과급 162억원을 합친 액수다. 김 대표의 급여는 지난 2013년 임원별 보수 공개 당시 6억원 수준에서 매년 늘어 2018년 138억원으로 처음 100억원대에 올랐다.
지에스(GS)건설 허창수 회장은 159억3천만원(퇴직금 96.8억원 포함)으로 4위를 차지했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 8개 계열사에서 149억8천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양식품 전인장 전 회장(퇴직금 포함 141억원8천만원), 씨제이(CJ)그룹 이재현 회장(123억8천만원), 한미약품그룹 고 임성기 회장(퇴직금 포함 117억9천만원), 대유위니아그룹 박영우 회장(107억4천만원), 씨제이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으로 지배주주(오너) 일가인 씨제이제일제당 손경식 회장(102억2천만원)도 ‘연봉 1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현직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의 급여가 82억7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퇴직 임원까지 포함하면 삼성전자의 권오현 고문(172억원), 윤부근 고문(115억원), 신종균 고문(113억원), 전동수 전 고문(109억원)이 퇴직금을 포함해 100억원 넘는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법적 문제에 얽혀 2019년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총수인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현대차에서 40억8백만원, 현대모비스에서 19억7200만원 등 60억원 가량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공시돼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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