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연구에 돌입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4일 시비디시 모의실험을 위한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올해 여름 관련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며,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두 시비디시를 당장 도입하지 않지만, 새로운 화폐 시대를 대비해 물밑 작업을 활발히 하는 모양새다.
한은은 이날 시비디시 모의실험을 위한 사업자 선정 요청서를 공개했다. 시비디시는 중앙은행이 법정 통화를 동전이나 지폐가 아닌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암호화폐와 비슷하지만 중앙은행의 관리 아래 안정적 화폐 구실이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한은은 오는 8월부터 모의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모의실험은 한은이 시비디시 제조‧발행‧환수 업무를 담당하고, 민간이 이를 유통하는 2계층(two-tier) 운영 방식이다.
1단계 실험은 오는 12월까지 이뤄진다. 분산원장 기반의 시비디시 모의실험 환경 조성과 기본 기능(발행, 유통, 환수 등)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 검증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은 시비디시를 제조해 발행 전까지 하드웨어 전자지갑에 보관한다. 이후 참가기관이 발행을 요청하면 당좌예금 잔액을 차감하고, 해당 기관의 전자지갑으로 제조된 시비디시를 전송하는 등의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단계 실험은 내년 6월까지 실시된다. 국가간 송금, 디지털자산 구매, 오프라인 결제 등 시비디시 유통 업무를 확장하고 관련 규제 준수 방안을 마련한다.
다만 모의 실험을 끝나고 곧바로 한은이 시비디시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한은은 “모의실험은 도입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금 이용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결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환경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국가도 디지털화폐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연준은 올해 여름 디지털 결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요약한 토론서를 발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을 견제하려는 중국은 더 적극적이다.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해 강하게 규제하는 것도 디지털 위안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는 이날 “금융 당국은 가상화폐 불법 채굴 및 거래 활동 타격 강도를 높여 디지털 위안화 정식 도입을 위한 더욱 양호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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