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은 누리집 화면 캡춰.
주요 7개국(G7) 내부에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최저한세 도입을 두고 의견 접근이 이뤄지면서, 올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글로벌 기업에 적용할 새로운 국제 조세 규정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24일 <파이낸셜타임즈>는 주요 7개국이 오는 28일께 화상 회의를 여는 데 이어 6월 초 대면 회의를 갖고 글로벌 기업에 대한 최저한세 도입 등에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향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에 대한 최종 방안을 도출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또 오는 7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문을 작성할 가능성도 높였다. 미국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애초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주장하면서 내세웠던 21%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추진하는 15%로 바꿨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5년부터 구글과 페이스북 등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기업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해 매출이 발생한 나라에 과세권을 강화(필러1)하고, 각국이 다국적 기업에 대한 최저한세를 도입(필러2)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새로운 과세 협정이 마련되면 지난 100년 동안 진행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조세 정책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고, 특히 미국의 거대 디지털 기업들이 매출이 많이 발생한 나라에 더 많은 세금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이들 기업이 막대한 규모의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경제학과 이매뉴얼 사에즈와 게이브리엘 저크먼 교수가 2019년 함께 펴낸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이 자국 외의 국가에서 벌어들이는 이익 가운데 40%가 조세회피처에서 발생한 것으로 처리되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미국의 다국적 기업의 경우엔 이보다 높은 60%에 이른다.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보유한 특허나 상품권 등 권리(자산)를 버뮤다나 아일랜드 등에 세운 자회사에 넘긴 뒤 이에 대한 사용료를 비싼 값에 치러, 자회사의 이익을 올리는 대신 세금을 적게 내는 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고 최저한세를 도입할 경우 전 세계 세수입이 1.75∼2.75%가량 늘어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대규모 조세회피로 정부가 경제 및 사회적 지출을 위한 세수를 조달하는 근본이 약화됐다”며 “매우 큰 걱정이고, 이 때문에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 분석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요 7개국이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과세 합의에 진전을 이룬 만큼 올해 안에 최종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며 “여전히 합의에 이르는데 난관은 남아 있지만, 합의문이 통과될 것을 대비해 한국의 세수는 물론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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