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 투기를 해온 농업회사법인(농업법인)들과 이 법인들에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들에 대해 각각 자본시장법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처음으로 적용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부동산투기 특별 금융대응반’ 관계자는 27일 <한겨레>에 “농업법인 중 사실상 부동산펀드처럼 운용을 하는 곳들이 있고, 신용등급이 매우 낮고 누가 봐도 이상한 이런 농업법인들에 몇십억에서 몇백억씩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들이 적발되고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 협조를 받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농업법인과 금융회사에 대해 자본시장법과 특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처벌조항이 센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강력한 경고를 주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농업법인은 2019년 말 현재 약 1만3천여개가 영업 중이다.
금융대응반은 현재 조사 중인 농업법인인 대한영농영림의 경우, 농업경영을 위한 통상적인 물적 설비와 인력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에 농지와 상가, 주유소 등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아 신도시 필지와 산업단지 예정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한다.
대한영농영림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업체는 지역농협에서 78억9천만원, 한 증권사에서 12억원을 대출받았다. 또 한 컨설팅사에서 194억원의 자금을 빌렸는데, 한 자산운용사의 사모 부동산펀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법인의 부동산 투기에 지역농협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여러 금융회사의 자금이 종잣돈으로 사용된 셈이다.
외부감사인인 한서회계법인도 문제가 되자 지난 5일 뒤늦게서야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통보했다. 한서회계법인은 “이 회사의 부동산매매와 관련한 활동이 농어업경영체 육성·지원법에 따른 경작의 여부 및 부대사업의 범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농업법인은 배당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재산세·취득세 면제 또는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행 농어업경영체 육성·지원법은 농업법인에 농업 경영이나 농산물의 유통·가공·판매를 영위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어길 경우 별다른 벌칙 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법원에 해산명령만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면 이보다 훨씬 높은 처벌이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은 일부 농업법인이 사실상 부동산펀드처럼 활동했다면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에 해당하며, 집합투자업을 하려면 금융당국에 등록을 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등록 영업 시에는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처할 수 있다. 금융대응반 관계자는 “농업법인에 자본시장법 조항을 적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 농업법인에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에 대해선 특금법 적용을 검토 중이다. 특금법은 금융거래 상대방이 탈세 등 자금세탁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을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1억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금융대응반 관계자는 “농업법인이 땅을 사고 팔면서 세제상 특혜를 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대출해주는 금융회사라면 당연히 탈세 등 의심을 했어야 한다”며 “일단 문제되는 법인 조사를 하고 다른 법인들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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