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실물 경제와 주식 시장이 따로 움직인 배경에 구조적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 침체에도 코스피 지수가 상승했는데, 이는 제조업 상장 기업 위주로 주식 시장이 구성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코로나19로 서비스업 타격을 입은 실물 경제 상황은 상대적으로 주식 시장이 잘 반영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제조업과 수출 외 분야에서는 주가의 경기 예측력도 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31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실물경제 대표성 분석-산업별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조사통계월보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식 시장과 실물 경제 회복 속도가 차이를 보인 것은 거시 금융 정책 완화 기조와 경제 주체의 가격 상승 기대가 주된 요인이지만, 일정 부분 구조적 요인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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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주가는 실물 경기에 비해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를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하면 코스피 지수는 45.2% 상승했지만,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한은은 2000년대 이후 주식 시장은 제조업, 실물 경제는 서비스업 비중이 각각 커진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총액에서 제조업 비중은 2000~2004년 평균 57.9%였는데, 2015~2020년 평균 68.6%로 확대됐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기준으로 지난해 말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 8개는 제조업체다. 같은 기간 주식 시장 내 서비스업 비중은 평균 32.3%에서 27.3%로 축소됐다. 반면 지디피에서 서비스업 비중은 동일한 기간 평균 48.6%에서 51.4%로 커졌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주식 시장은 정보기술(IT)업종 중심의 제조업 비중이 높고, 실물 경제는 서비스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산업 구조가 상이하다”며 “주식 시장은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잘 대표하지만, 전 산업과 서비스업 부가가치는 상대적으로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코스피가 우리나라 전체 실물 경제보다 제조업 중심의 상장 기업을 대표하기 때문에 향후에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충격이 발생하면 주식 시장과 실물 경제 간 서로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과 실물 경제의 산업 구조 차이는 주가 예측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경기 예측력을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구성 항목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주가가 제조업 생산과 수출에 대한 정보만 제공한다면 전체 경기에 대한 예측력이 약화할 수 있다.
한은은 “코로나19처럼 산업별로 다른 충격이 발생하면 주가의 경기 선행성과 실물 경제의 체감이 다를 수 있다”며 “주식 시장에서 비중이 높은 제조업, 수출 분야에서만 선행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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