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물가도 들썩거렸다. 지난 4월1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가격 표시판에 고급 휘발유 가격이 리터(ℓ)당 2천827원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현상에는 주가 프리미엄 퍼즐, 구매력평가(PPP) 퍼즐, 소비함수 퍼즐 등 몇 가지 ‘퍼즐’(Puzzle)이 있다. 경제 변수 사이의 체계적인 상호 영향 관계를 다룬 전통 경제 학설로 현실에서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만족스럽게 설명하기 어려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조차 수수께끼 같다고 말한 현상들이다. 미국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은 “경제학은 모든 사람의 일상에서 ‘1001개의 퍼즐’ 문제를 풀어내려고 시도하는 학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백신 접종을 필두로 전세계 경제가 코로나19에서 회복 경로에 들어섰다는 소식이 퍼지자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에 휩싸였다. 상품의 수요-공급 측면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과잉 유동성(즉 화폐적 측면)이 복합 작용하는 인플레이션의 압력∙공포∙논쟁을 대하면서 퍼즐을 떠올려본다. 2021년 5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작년 동기대비 6.8%(중국 국가통계국)로 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전세계적으로 철강∙원유 제품가격이 뛰고,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심화됐으며, 세계 교역이 늘어나면서 물류비용도 급등했다. 미국 4월 생산자물가와 도매물가도 전년 동기대비 6.2%씩 올라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로나발 막대한 재정지출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학은 그 기초 원리로 물적∙인적 자원의 희소성과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 그리고 ‘공짜 점심은 없다’와 ‘정책 선택에서의 상쇄 효과’를 가르친다. 바이러스에 억눌려 있던(펜트업∙Pent-up) 수요의 급작스러운 회복세, 코로나 위기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려고 쏟아부은 막대한 정부 재정지출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기업∙중앙은행∙정책담당자∙경제분석가들은 인플레이션발 경기 침체∙둔화를 언급하기 바쁘다.
20세기 가장 뛰어난 미국 시장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1980년에 “인플레이션은 알코올 중독과 정확하게 같다”고 말했다. “감염되면 처음에는 효과가 좋아 보인다. 정부의 통화량 증가 정책은 누구나 더 많이 지출할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나 곧 나쁜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합세한다. 알코올 중독자와 경제에 힘을 주기 위해 더 많은 알코올(통화)이 필요해진다. (…) 알코올 중독자는 처음의 행복감이 사라진 후엔 숙취만 남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두 얼굴처럼 화폐는 경제학자 사이에 오랫동안 “명쾌하게 분석하기 어렵고 풀리지 않은 하나의 수수께끼 퍼즐 같은” 것이었다.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도 “화폐를 보는 시각은 마치 흘러가는 구름처럼 묘사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고 깊숙이 들여다볼수록 더욱 찾아내기 어렵다고 묘사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경제 진로를 예상할 때 인플레이션과 함께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측면은 이른바 정보기술(IT) 경제의 생산성 퍼즐이다. 로버트 솔로 교수(노벨경제학상)와 경제성장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로버트 고든 교수는 “2000년대 들어 전세계 정보기술 신경제 혁신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우리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컴퓨터∙반도체∙스마트폰(지능형 단말기)∙태블릿∙인터넷 이동통신 혁명의 시대를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노동∙자본 생산성 통계에서는 IT 혁신에 따른 생산성 성장을 2009년 이후 발견하기 어렵고 경제 전반에서 생산성 성장 속도는 오히려 느려지고 있다”고 주창했다. 우리 세대는 코로나19 회복 이후 경제적으로 과연 더 잘살게 될까?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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