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제조업체 대우컴바인은 지난해 하이트진로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10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92.3%에 이른다. 그나마도 2019년 계열사로 편입된 후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2016년 설립된 대우컴바인은 한때 내부거래 비중이 99.7%(2018년)에 이르렀다. 이곳의 최대주주는 지분 70%를 들고 있는 이은호군. 이군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과 6촌 관계다. 나머지 지분 30%는 이군의 아버지이자 박 회장의 5촌 조카인 이동준씨가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컴바인처럼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5곳 등을 일부러 신고하지 않은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하이트진로의 동일인인 박문덕 회장을 고발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을 지정하기 위해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계열회사와 친족 현황 등을 제출받는데, 이때 박 회장이 일부 회사와 친족을 누락했다는 것이다.
먼저 2017∼2018년 대우화학과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 등 3개사를 누락했다. 이들 회사와 관련된 친족 7명도 친족 명단에서 뺐다. 대우화학 등 3개사는 박 회장의 고종사촌인 이상진씨의 아들과 손자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공정위는 “이들 3개사는 계열회사 직원들도 친족회사로 인지해왔던 회사로 하이트진로 그룹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회사별 내부거래 비중은 대우컴바인이 92.3%로 가장 높고, 대우화학도 89.0%에 이른다. 대우패키지는 17.4%다.
특히 대우컴바인은 설립 직후인 2016년 4월 하이트진로음료와 거래 계약을 맺었다. 하이트진로음료가 거래 계약 체결을 결정하는 데에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 쪽 설명이다. 또 하이트진료음로는 대우패키지와 대우컴바인에 자사 사업장 부지를 빌려줬는데, 이는 지난 15년간 다른 납품업체에는 적용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한다.
박 회장의 조카들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회사 연암과 송정도 누락했다. 공정위는 이들 2개사의 경우 특히 고의성이 현저하다고 봤다. 박 회장은 2013년 2월 연암과 송정이 계열회사에서 빠졌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2019년 공정위가 문제삼기 전까지 시정하지 않았다. 또 2014년에는 처벌수위를 낮추기 위해 친족독립경영 여건을 만든 후 편입 신고하는 대응 방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이 자산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본 뒤 이 계획을 중단시켰다고 한다.
공정위는 박 회장이 누락 사실을 보고받고도 이를 시정하지 않은 점, 누락된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한 점 등을 감안해 고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지정자료를 거짓으로 낸 동일인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이트진로 쪽은 “검찰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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