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자사의 광고 상품에 (더 이상) 데이터 어드밴티지(우위)를 주지 않겠습니다.”(6월11일)
최근 구글은 광고 사업과 관련된 보도자료 2건을 나흘 간격으로 내놨다. 모두 광고 시장에서 더 이상 데이터를 독점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몇년간 전세계 경쟁당국은 구글의 광고 사업을 향해 경고를 날려왔다. 구글이 독점력을 남용해 경쟁사는 물론 광고주와 언론사까지 모두 피해를 본다는 게 요지였다. 유럽을 중심으로 제재 절차가 본격화되자 구글은 프랑스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지난 11일에는 영국에서도 시정방안을 내놨다.
일단은 구글이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광고 사업은 구글의 핵심 수입원으로 모기업 알파벳의 매출에서 80%를 차지한다. 구글이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나왔던 이유다. 그럼에도 구글이 자진 시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구글은 어떻게 디지털 광고 시장의 절반 이상을 독차지해온 걸까. 최근 공개된 프랑스 경쟁당국의 결정문과 영국 경쟁시장국(CMA)의 자료를 토대로 디지털 광고 시장의 반독점 문제를 살펴봤다.
14일 프랑스 경쟁당국의 결정문을 보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글과 같은 플랫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는 추세다. ‘맞춤형 광고’가 대세가 되면서 광고 계약이 복잡다단한 실시간 경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광고 경매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어떤 이용자가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 접속하면, 플랫폼이 해당 이용자의 특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여러 광고주에게 보내준다. 광고주는 이를 검토한 뒤 이용자에게 광고를 보여주기 위해 지불할 대가를 써낸다. 이 중 최고가를 제시한 광고주의 광고가 게시되는 식이다. 이 모든 과정이 페이지가 로딩되는 1초 동안 이뤄져야 하는 탓에 광고주와 웹사이트·앱 퍼블리셔들은 알고리즘으로 이뤄진 광고 구매·판매 플랫폼을 쓴다.
이들 플랫폼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는 정보력이다. 먼저 이용자가 광고주 타깃층에 부합하는지 알아야 광고주가 얼마나 많은 돈을 쓸지 판단할 수 있다. 또 경쟁하는 광고주들이 얼마를 써낼지 알면 입찰 전략을 짜는 데 있어 유리하다. 이런 정보를 광고주나 퍼블리셔에게 더 발빠르게, 더 많이 제공하는 플랫폼일수록 점유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나의 광고에 대한 경매에 여러 플랫폼이 동시에 참여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구글의 ‘데이터 독점’이 유효한 전략으로 먹힌 까닭이다. 구글은 광고 서버와 광고 구매·판매 플랫폼을 모두 운영하는데, 2019년까지는 서버를 통해 얻은 정보를 자사 플랫폼에만 제공했다. 광고 서버는 여러 플랫폼에 광고 경매를 맡기는 역할을 한다. 구글 외의 다른 광고 판매 플랫폼도 구글 서버에 입찰가를 제출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구글 서버가 타사 플랫폼에서 제출할 입찰가를 추정해 이를 자사 플랫폼에 알려줬다는 것이다. 또 구글 플랫폼에서 이보다 높은 입찰가가 나오기만 하면, 다른 플랫폼에는 아예 경매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반대로 다른 플랫폼에서 더 높은 가격이 나올 것으로 보이면, 구글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줄여서 구글 플랫폼의 입찰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개입했다.
이용자 정보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은 더욱 복잡하다. 광고주는 접속자가 타깃층에 가까울수록 더 많은 돈을 내서라도 광고를 집행하고 싶어한다. 이렇게 되면 광고 거래 플랫폼 입장에서도 수수료 수익이 늘어 이득이다. 때문에 이용자의 검색·방문 기록 등을 파악해 이를 광고주에게 제공하는 게 플랫폼의 급선무다.
구글은 여기서도 경쟁사를 차별했다. 2019년 이후 구글은 광고 판매 플랫폼을 위해 ‘오픈비딩’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했는데, 이 경우 플랫폼은 퍼블리셔 쪽이 아닌 구글 서버에 연결돼 이용자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다고 한다. 프랑스 경쟁당국은 “구글에 비해 (경쟁 플랫폼의) 타깃팅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경쟁시장국은 또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구글은 지난해 1월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겠다면서 앞으로 ‘제3자 쿠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제3자 쿠키는 이용자가 여러 사이트를 오가며 활동한 내역을 추적한 데이터를 일컫는다.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는 이용자의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는 주된 수단으로 활용된다.
영국은 구글의 제3자 쿠키 중단 또한 경쟁제한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봤다. 경쟁시장국은 “구글은 (추적) 기능을 유지하면서, 경쟁사만 제3자 쿠키를 수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구글의 데이터 우위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구글이 데이터로 경쟁사를 차별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배경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광고 시장의 개인정보 문제는 뇌관으로 남을 전망이다. 특히 경쟁당국 입장에서는 난제다. 개인정보 문제를 경쟁법으로 다룬 선례가 별로 없는 데다, 자칫 개인정보 보호와 반독점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제3자 쿠키 중단이 그 대표적인 예다. 영국 경쟁시장국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제3자 쿠키 제한은 구글의 데이터 우위를 더 현저하게 만드는 영향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디지털광고 전담팀을 신설하면서 개인정보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7일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기 위해 이용자 데이터를 기만적으로 수집·연계·결합하는 행위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