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에서, 한국이 64개국 가운데 지난해와 같은 23위를 기록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은 매년 주요국을 상대로 국가와 기업이 국민 삶을 증진하는 데 보유한 역량을 평가해 국가경쟁력 순위를 매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신흥국 등 총 64개국이 조사 대상이다. 1989년 순위 발표 이후 한국은 2011~2013년 22위로 가장 높았고, 1999년 41위로 가장 낮았다.
16일 공개된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보면, 전체 순위는 23위로 지난해와 같았다. 인구 2천만명 이상 29개국 가운데는 8위로, 작년 순위를 유지했다. 평가 분야는 △경제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네 가지인데, 경제성과가 27위에서 18위로 껑충 올랐지만 정부 효율성은 28위에서 34위로 낮아졌다.
구체적으로 경제성과 분야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역성장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충격이 작아 지난해 27위에서 18위로 9단계 올랐다. 국내 경제 부문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1인당 국내총생산 성장률 등이 10위 안에 드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아 작년 11위에서 5위로, 고용 부문도 코로나19에도 취업률(12위)이나 실업률(8위)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12위에서 5위로 올랐다. 국제 무역 부문은 수출 증가에 따른 경상수지(14위) 증가 등으로 41위에서 33위로 오른 반면 국제 투자는 외국인의 직접투자 유입액(31위) 등이 낮은 평가를 받으면서 30위에서 34위로 내려갔다.
정부 효율성 분야는 28위에서 34위로 여섯 계단 내려갔다. 네 차례 추경을 했음에도 정부 재정 수지(6위)가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어서 재정 부문에서 27위에서 26위로 한 단계 올랐지만, 조세정책(19→25위), 제도여건(29→30위), 기업여건(46→49위), 사회여건(31→33위) 부문에서 모두 내렸다.
기업 효율성은 28위에서 27위로 한 단계 올랐다. 디지털 기술활용 등 생산성(38→31위) 부문을 비롯해 금융시장(34→23위), 경영활동(36→30위) 등이 순위를 견인했다. 반면 경제활동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노동시장 부문은 28위에서 37위로 떨어졌다.
또 인프라는 16위에서 17위로 한 단계 떨어졌지만 다른 분야보다는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도시관리나 항공운송의 질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아 기본 인프라(18위)를 비롯해 컴퓨터 사용, 인터넷 사용자 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기술인프라(17위), 1인당 연구개발 분야 연구원 수,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R&D) 비율 등이 높아 과학인프라(2위) 부문에 좋은 순위를 보였다.
국가 별로는 스위스가 1위를 차지했고,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홍콩(7위), 대만(8위), 아랍에미리트(9위), 중국(16위) 등이 한국보다 앞섰고, 태국(28위), 일본(31), 사우디(32위) 등이 뒤처졌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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