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빚 내서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주택금융정책이 집값 상승을 유발해 소득계층 간 격차를 키우고 무주택자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5일 발간한 ‘하나금융포커스’를 보면, 유경원 상명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주택금융정책의 딜레마’라는 글을 통해 부채에 기반한 주택소유를 촉진하는 금융정책이 주거비와 부채 상승으로 이어져 계층간 격차를 확대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그동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가 있었지만 한도 안에서 더욱 쉽게 자금을 빌릴 수 있어 고소득 가계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주택소유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고소득층의 자가 점유율은 2012년 64.6%에서 2019년 76.1%까지 상승했고, 중위소득계층도 같은 기간 53.8%에서 59.6%로 늘었다.
유 교수는 “주택 자가소유 확대와 가격상승은 자산분배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부채 증가를 통해 주택소유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집값이 급등해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을 어렵게 하고 관련 비용 지출을 늘리는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빚 내서 집을 산 1주택자는 집값 상승의 실질적인 혜택을 얻기 어렵다고 했다. 자본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현재 집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내어 수익을 실현하든지,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 경우 다른 집값 역시 상승해 실질적인 주거서비스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 집을 마련해야 하는 계층에는 짒값이 ‘구매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 결국 전·월세로 살 수밖에 없어 주거비 격차가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실질적인 생활 격차는 물론이고 주거비 부담과 높아진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인해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고 자산축적 기회는 감소될 것”이라며 “높아진 자산가격은 자산분배에 일부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계층 간 부의 격차가 더욱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보았듯 ‘모든 국민의 자가주택 보유’ 전략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부채에 기반한 주택금융정책 추진에는 한계가 있다”며 “부채와 자산가격 급등을 가져오는 주택금융정책에서 탈피해, 안정적인 주택공급 등 실질적인 주거서비스 안정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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