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두 금융계열사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다음 달 비슷한 시기에 유가증권 상장을 앞두고 있어 두 기업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송금·결제서비스 기업인 카카오페이는 현재 주력 사업이 다르지만, 앞으로 ‘종합금융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비슷한 사업 방향을 밝혔다. 상장 이후 두 기업의 가치가 동반 상승할지 계열사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될지도 업계의 관심거리다.
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카카오뱅크의 증권신고서를 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기준 플랫폼 사업 수익은 전체 영업수익의 8%를 차지한다. 2019년(2%)에 비해 2년 만에 네 배 커졌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완결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플랫폼 사업경험을 기반으로 금융업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한다”고 밝혔다. 현재 플랫폼 수익은 증권계좌 개설이나 대출 중개를 해주고 받는 수수료 등인데, 앞으로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콘텐츠, 여행·레저 등 분야와 자사 금융상품과 결합하는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할 경우 맞춤형 금융상품, 자산관리 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페이는 증권신고서에서 “간편결제, 간편 송금을 시작으로 대출, 투자, 보험 등 금융 서비스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결제 분야에선 기업 간(B2B) 결제 시장에 진출하고, 대출 중개는 현재 개인신용대출에서 앞으로 부동산담보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은 엠티에스(MTS) 출시를 준비 중이고, 카카오손해보험(가칭)은 디지털손해보험사 출범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뱅크에 앞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이처럼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이라는 공통된 메신저를 기반으로 하는 데다 사업영역 확대로 대출, 송금 및 각종 핀테크 서비스가 겹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각각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비교 대상 기업으로 브라질의 핀테크 업체 ‘패그세구로’를 동시에 선정했다. 두 회사의 사업모델이 일부 겹친다는 의미다. 패그세구로는 결제, 투자, 송금 등 여러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서로 ‘협력과 보완의 관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마다 금융 서비스에 필요한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해 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서로 교환하는 등 협력을 통해 두 기업의 가치가 함께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핀테크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한 금융지주회사 내 은행, 카드사 등 업무 영역이 혼재되듯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협력과 경쟁의 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두 회사가 상장하게 되면 계열사 안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아니라 별도의 상장기업으로서 업종 내 경쟁하는 관계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중은행과 경쟁하게 되는 카카오뱅크가 상대적으로 카카오페이보다 사업 다각화를 하는 데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