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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리 오른다는데 변동금리 비중은 7년 만에 최대…왜?

등록 2021-08-02 16:02수정 2021-08-03 02:47

가계대출의 81.5%…1년 새 20%p 늘어
저금리 기조에 변동금리 유리하다 판단
금리인상 시기·폭 고려해 갈아탈지 결정해야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저금리 추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변동금리로 가계대출을 받는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이자가 낮은데다 최근 금리인상이 예고되는 상황에서도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1.5%였다. 5월(78%)보다 3.5%포인트 늘었고, 2014년 1월(85.5%) 이후 7년5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변동금리 평균 비중(63.8%)보다 약 20%포인트나 뛰었다.

일반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은 은행이 금리상승의 위험부담을 안기 때문에 변동금리보다 이자가 비싸다. 대출자 입장에선 금리 상승기에는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가 유리하다. 이때문에 정부는 가계대출 위험 관리를 위해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기준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는 등 저금리 추세가 계속되자, 당장 이자를 더 내는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16일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49~4.03% 수준이다. 반면 은행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혼합형(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89~4.48%로, 변동금리보다 0.4%포인트가량 높다.

고정금리를 쓰는 정책금융상품을 보면 보금자리론의 금리는 2.6~2.9%이고, 적격대출 금리도 7월 기준 3~4.09%다.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서 받을 수 있는 최저금리가 정책금융상품보다 더 싸다.

고정금리의 지표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최근 빠르게 오르면서 고정금리에 직접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금리)을 종합 지수로 산출한 코픽스는 상승 속도가 고정금리만큼 빠르지 않아,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연간 금리 상승폭을 제한하는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특약을 출시했다. 보름이 지난 현재 은행별 체결 실적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특약은 연간 금리 상승폭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하지만, 대신 0.15~0.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바꿔말하면 1년간 대출금리가 0.75%포인트보다 더 오르고 대출자가 추가로 낸 가산금리보다 더 많은 이자를 절약할 수 있어야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금리가 올라도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고정금리나 금리상한형 대출을 선택할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전체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시장의 위험과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고정금리를 확대하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안그래도 코로나19로 어려운데 당장 이자를 더 내는 고정금리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결정짓는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향후 금리인상 시기, 예상되는 인상 폭 등을 따져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에 이익이 되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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