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5일 시행하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를 앞두고 코인 이동 규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5일 은행권과 가상자산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근 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 쪽에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 전까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거래소 간 코인 전송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래블룰은 코인 보유자가 가상자산을 다른 거래소로 옮길 때 거래소가 송·수신자의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의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A)가 코인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다.
국내에서는 가장자산 거래소 신고제가 도입되는 9월25일부터 적용되지만 정부는 거래소가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검사·감독을 내년 3월24일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농협은행은 “거래소의 트래블룰 준수 여부에 대한 감독을 유예하는 것일뿐 원칙적으로 9월25일부터 거래소들이 트래블룰을 지켜야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빗썸과 코인원이 그때까지 트래블룰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고 보고 시스템 구축 때까지 거래소간 코인 이동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트래블룰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는 자금세탁 발생 우려가 있고, 고객 실명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입장에서도 위험을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빗썸과 코인원은 내년 3월25일에 맞춰 트래블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은행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코인 이동을 막자니 고객 이탈 우려가 있고, 은행의 요구를 거절하면 실명계좌 제휴 계약 재연장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거래소들은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의 코인거래 중단 제안은 거래소를 향해 ‘트래블룰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하라’는 압박 차원으로 해석된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예정된 일정에 맞춰 추진하던 상황에서 갑자기 일정을 당기라고 하면 부실한 시스템을 만들 우려가 있다”며 “거래소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하고 있는 다른 은행들은 아직 거래소에 코인 이동 중지 요청을 하지 않았다. 업비트와 거래하는 케이뱅크, 코빗과 거래하는 신한은행은 각 거래소의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 상황을 보고 판단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는 지난 6월 트래블룰 공동 대응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후 업비트는 독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빠졌고, 나머지 3개 거래소는 그대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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