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외벽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뱅크가 상장하자마자 ‘금융 대장주’로 등극하면서 은행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매출이나 수익규모 같은 전통적인 기준에서 보면 카카오뱅크는 아직 대형은행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플랫폼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카카오뱅크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현재 시가총액이 적절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은 금융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은행의 역할이 다양해지는 현상의 하나로 풀이된다.
9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7조2954억원으로 마감했다. 대형 금융지주사 가운데 시장점유율 1위인 케이비(KB)금융의 시가총액(22조378억원)보다 15조원 이상 많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에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주와 동일한 방법으로 가치평가하기 어렵다”며 혀를 내두른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보는 쪽은 은행으로서 한계에 주목한다. 은행은 본질적으로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익인 예대마진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기 때문에 대출 규모는 은행의 수익과 직결된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1분기 원화대출금은 21조6053억원으로, 시장점유율 1위 케이비(KB)국민은행(295조4989억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터넷은행으로서 ‘태생적’ 제약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당초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고신용자 대출로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들어 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이 강해졌고 카카오뱅크는 중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고신용자 신용대출 금리를 대폭 올려 기존에 대출받은 고객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법률상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중소기업까지 대출을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4년이 지났지만 아직 가계대출만 취급한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개인사업자, 중소기업 쪽 대출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이 분야는 경쟁사인 네이버가 선점한 상태다. 은행 허가가 없는 네이버는 금융위로부터 지정대리인 인가를 받아 대출의 핵심업무인 대출심사를 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이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9월께 출범하는 인터넷은행 토스뱅크도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대출을 주요 사업모델로 제시하고 있어 이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플랫폼으로서 관점을 달리하면 카카오뱅크는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다. 은행 앱 가운데 월 사용자 1위다. 전체 모바일 앱 사용자 1위인 카카오톡과 네트워크 효과도 강력하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의 본질적 업무인 여·수신 외에도 증권계좌개설, 대출연계, 카드발급 등 플랫폼 사업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플랫폼 사업 수익은 전체 영업수익의 8% 수준이지만, 2019년(2%)에 비해 네 배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향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콘텐츠, 여행·레저 등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교보증권의 김지영 연구원은 “플랫폼 생태계상 카카오뱅크는 금융 플랫폼 생산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새로운 상품 개발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며 “금융 플랫폼의 확장성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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