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인척관계로 인해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제척될 안건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척 사유인 인척은 고 후보자 여동생의 남편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캐피탈·부동산신탁 등 거의 전 금융업권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 금융업계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앞으로 금융위원장으로서 상당히 많은 안건에서 제척될 수밖에 없어보인다.
고 후보자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보면, 고 후보자는 이미 금융위와 금융통화위원회 안건 각 3건에서 ‘인척과 이해관계'를 사유로 제척된 바 있다. 제척 사유는 모두 한국투자금융지주 관련이다.
고 후보자는 2015년 11월 금융위 상임위원 재직 당시 열린 금융위 회의에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예비인가 관련 안건에 대해 제척됐다. 금통위원 시절에는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공동검사 요구안(2018.5.10)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공동검사 결과 보고(2018.8.9) △환매조건부증권매매 대상기관 추가 선정안(2020.3.26) 논의에서 제척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관계로 인해 직무 수행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고 후보자는 “직무 수행이 제약되거나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전체 금융위 심의·의결 안건 중 특정회사와 관련한 안건은 극히 일부”라며 “일정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의 심의·의결에 있어서는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제척·회피 제도를 통해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척제도는 금융위원이 특정 안건과 일정한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의사결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안건의 심의·의결에서 배제되는 제도다. 그러나 금융위원이 특정 안건의 심의·의결에서 배제된다고 해서 그 안건이 상정되는 회의 전체에 참석이 제한되는 아니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제척된 금융위원은 특정 안건의 심의·의결 시에는 회의장 밖으로 퇴장하고, 그 안건의 심의·의결이 끝나면 다시 회의장에 입장해 다른 안건의 심의·의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최근 5년간 금융위의 전체 심의 안건 중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관련된 안건은 1% 내외라고 밝혔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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