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 투자보다 가계의 자산투자 욕구가 강해지며 이를 규제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승규 아오야마학원대학교 교수는 30일 예금보험공사의 ‘금융리스크리뷰’ 여름호에 실린 ‘가계부채의 구조적 문제’ 글에서 경기변동 국면에 가계부채비율, 시장이자율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가계대출 흐름이 미국 등 주요국과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했다.
심 교수는 “미국에선 경기가 상승하면 기업이 가계보다 적극적으로 차입 투자에 나서고 그 결과 민간신용에서 가계신용비율은 감소하는 교과서적인 형태를 보인다”며 “반면 한국은 정반대로 경기상승 국면에 가계의 자산투자 욕구가 기업의 생산투자 욕구를 압도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경제에서는 경기 상승국면에 기업의 투자자금 수요가 늘어나 시장이자율도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주식시장도 일시적으로 부양하다가 이자율 상승과 맞물려 투자자금 수요가 다시 줄어들게 된다.
반면 한국 경제에서는 기업의 생산적 투자의욕보다 가계의 차입 투자욕구가 더 강화된다. 특히 은행들이 담보가치가 높고 부실 위험이 작은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이자율이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빚어진다. 심 교수는 “낮아진 이자율은 주가와 주택가격을 급상승시키고 약 3분기 후에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주가하락과 주택가격 안정 국면에 진입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경기 상승기에 가계대출이 함께 늘어나는 것은 자산 가격 변동성을 확대하고 기업의 생산적 투자를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가계대출이 담보가치에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인데 담보가치 대비 대출비율(LTV) 규제와 더불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해 적절히 (가계대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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