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내고 돈을 갈취하는 메신저 사기가 50대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예약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행위도 벌어져 금융당국이 소비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보이스피싱(사기전화) 피해현황’을 보면, 가족 등 지인을 사칭한 메신저 피싱(사기) 피해액은 4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4%(290억원)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사기전화 피해액(845억원)의 55.1%를 차지했다.
검찰 등 기관을 사칭한 전화·문자메시지 사기 피해액은 63억원으로 전년보다 81.1%(271억원) 줄었다. 대출을 빙자한 전화·문자메시지 사기 피해액은 31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0.4%(751억원) 감소했다.
가족·지인을 사칭한 메신저 사기는 50대 이상 장·노년층 피해자가 대부분이다. 상반기 메신저 사기 피해액의 93.9%(438억원)가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발생했다. 사기범은 주로 자녀를 사칭해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 “폰 고장나서 수리 맡겼어”라며 돈이 필요하니 신분증과 금융정보를 보내달라고 말을 건다. 이어 피해자의 스마트폰에 악성앱을 설치하도록 해 피해자의 휴대폰에 전송되는 인증번호 등을 탈취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예약”이나 “금융감독원에 계좌를 등록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무차별로 뿌려 피해자가 금융정보를 입력하고 악성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사기범은 탈취한 개인정보로 피해자 이름의 대포폰을 개통하고 비대면 대출을 받아 돈을 빼간다. 피해자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발생해 피해 구제 신청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
금감원은 “아들 또는 딸이라며 신분증 및 금융정보를 요구하면 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문자메시지로 답하기 전에 반드시 전화로 자녀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신분증 및 계좌번호·비밀번호를 제공해서는 안되며 절대로 유알엘(URL)을 터치하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피해 발생 시에는 금융회사에 신고하고 악성앱을 삭제하며 금감원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pd.fss.or.kr)에 등록해 계좌 개설, 카드발급 등을 제한해야 한다. 명의도용된 계좌 개설 여부를 확인하려면 금융결제원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payinfo.or.kr)에서 조회할 수 있다. 명의도용 휴대전화 개설 여부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명의도용방지서비스(msafer.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